정경심 재판서 드러난 '과장된 증명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할까

뉴스1 제공 2020.05.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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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대부분 정 교수에 불리한 증언…辯 "과장 있지만 활동"
공무집행방해, 입시 관계자 오인해 불합격→합격돼야 성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2020.5.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2020.5.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지난해 11월11일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이 구속만료 기간인 6개월을 넘겨 7개월 째 진행중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정 교수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초반 검찰과 마찰을 빚었던 재판부가 법관 정기인사로 한 차례 교체되고, 입시비리 관련 증인들이 줄줄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면서 정 교수 재판은 반환점을 돌았다.

6개월을 넘긴 재판이 얼마나 진행됐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과 핵심은 무엇이며,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진행돼 언제쯤 마무리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판부 교체 후 입시비리 주요 증인들 소환…6월부터 사모펀드 비리혐의 심리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를 맡았던 송인권 부장판사 등 재판부 전원이 교체되면서, 새로 온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앞서 진행되던 사모펀드 관련 심리를 미루고 입시비리 혐의 심리를 우선 진행하고 있다.

입시비리 혐의의 최대 쟁점은 정 교수가 딸 조민씨의 입시과정에서 동양대 표창장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단국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산 호텔에서 발급된 위조·허위서류와, 허위로 등재된 논문을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해 위계(거짓으로 계책을 꾸밈)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냐는 것이다.


현재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관련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등 동양대 관계자들과, 인턴 활동과 논문 등재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광훈 공주대 교수와 이광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 연구소장,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핵심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밖에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와 관련해 전 사무국장과 함께 인턴 증명서를 받은 장 교수의 아들 장모씨 등이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지금까지 입시비리 관련해 16명의 증인이 나왔다.

재판부는 6월4일 사모펀드 관련 서증조사를 시작으로 11, 12일 이틀에 걸쳐 조범동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달 18, 25일과 7월2일에는 이상훈 코링크PE 대표 등 코링크 관련자들을 불러 증인신문을 한다.

사모펀드 관련 의혹은 입시비리에 비해 신문할 증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여, 1심 결론은 빠르면 8월, 늦으면 9월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증인신문으로 드러난 '과장된 증명서'

입시비리 혐의 관련 증인들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인턴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증명서·논문들의 내용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법정에 나온 증인들은 일부 정 교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정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8일 재판에 나온 이광렬 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 정 교수 부탁을 받고 조씨가 인턴을 제대로 수료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정 교수를 믿고 말하는대로 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증언했다.

김광훈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지난달 22일 재판에 나와 "증명서 활동 내역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줬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다만 그는 논문 초록(抄錄)과 포스터에 조씨가 제3저자로 등재된 것과 관련해서는 "조씨가 연구에 기여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1저자도 아니고 3저자였다. 고등학생으로서 학회에 서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다"며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조씨가 1저자로 등재된 논문과 관련해 지도교수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조민 등 학생이 보낸) 데이터를 사용해 실험결과로 첨부했다"며 "조씨가 공동저자보다 역할이 커 1저자로 넣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씨는 등재 조건인 의학논문출판 윤리가이드라인 3가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장 교수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저자로 넣어주는 건 비일비재하다"고 부연했다.

조씨가 윤리가이드라인 3가지 조건에는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논문 1저자로 등재될 만한 활동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도 일부 과장된 점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실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허위로 작성된 문서라고 볼 수 없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변호인은 공주대 인턴 활동 관련해 조씨와 김 교수가 주고 받은 이메일을 제시하며 김 교수가 2008년 7월께 장미와 구피, 선인장을 키우면서 한 달에 한 번 보고하게 시켰다는 점을 물으며 조씨가 체험 활동으로서 충분한 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 KIST 인턴 관련해서도 "KIST 내부 분란으로 나오지 말라해서 나오지 않은 기간과 공식적으로 사전 양해 받고 케냐에 다녀온 기간을 법적으로 연수기간에 포함시키는 게 맞느냐 아니냐는 기본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인턴 활동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은 KIST 책임이기 때문에 KIST가 인턴기간을 활동한 기간보다 길게 적었다고 하더라도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2009년 5월1일부터 15일까지 인턴을 했다고 적혀있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에 대해서는 검찰은 15일 학술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 교수는 학술대회에도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한인섭 당시 센터장이 조씨에게 사전 공부를 권유했기 때문에 기간을 1일부터 15일까지 적은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익인권법센터 활동에 대해서는 당시 학술대회 때 조씨를 보지 못했고 행사를 도와주지도 않았으며, 동영상 속 인물이 조씨가 아니라고 한 조씨 친구 장씨(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와 대원외고 박모씨의 증언과, 조씨를 목격했고 조씨가 학술대회 일을 도왔다고 한 전 센터 사무국장과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또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한인섭 당시 센터장이 아직 증인으로 나오지 않아 해당 증명서의 진위 여부는 조금 더 심리를 지켜봐야 한다.

◇'과장된 증명서', 입시에 활용…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해당될까

그러나 재판의 핵심은 '과장된 증명서'가 아니라 변호인 주장처럼 '과장된 증명서' 등을 입시에 활용한 것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대법원 판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였다면 이 죄가 성립된다'고 밝히고 있다.

정리하면 서울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된 이 같은 과장된 증명서 등이 입시 관계자들에게 오인이나 착각, 부지를 일으켜, 실제로는 조씨가 이 '과장된 증명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합격되지 않았을텐데 증명서 등을 제출해 합격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면 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앞서 드러난 '과장된 증명서' 등을 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것이 과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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