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이름 건 싸움…한국테크, 거인 이겼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0.05.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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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테크노돔'/사진제공=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 '테크노돔'/사진제공=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14,910원 ▼860 -5.45%)이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 (334원 ▲2 +0.60%)(한국테크)가 법원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존에 사명이 표기된 간판, 거래서류, 명함, 광고물, 사업계획서, 책자 등을 모두 쓸 수 없게 됐다. 금지된 사명이 찍힌 모든 물품은 한국테크가 지정한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한국테크 측은 이날 간판 등을 수거하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가처분 결정문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대응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두 글자 빼면 사명 완전히 동일…"부정한 목적 인정"
한국테크놀로지 로고(왼쪽)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로고한국테크놀로지 로고(왼쪽)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로고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우라옥)는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낸 상호사용금지 등 가처분 신청소송에서 일부 인용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상호명은 식별이 미약한 '그룹'을 제외하면 '한국테크놀로지'로 완전히 동일하고, 영문표기 역시 회사의 종류 표기 부분을 제외한 명칭 부분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인정했다.

이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테크놀로지가 각각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각 상정됐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의 경우 서로 혼동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상호는 한국테크놀로지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이고, 이에 대한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사업 분야가 겹치고 한국테크놀로지가 상당한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한국테크놀로지그룹가 이를 충분히 인지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상호 사용에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윗과 골리앗' 다툼 끝 사명 지켜낸 한국테크놀로지
한국테크는 1년여간의 다툼 끝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름을 지켜냈다. 반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사명 변경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명 다툼의 시작은 한국타이어그룹에서 비롯됐다. 2012년 9월 한국타이어는 인적분할하면서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와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나눠졌다. 지난해 5월에는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명을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58,800원 ▼2,100 -3.45%)'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한국테크는 이미 해당 사명을 2012년부터 쓰고 있었다. 이 회사는 1997년 '비젼텔레콤'으로 설립된 후 2012년 사명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한국테크 측은 자신들이 먼저 사용 중인 상표권을 침해한다며 항의했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그대로 강행했다.

혼란은 1년여간 계속됐다. 회사의 영업규모 차이로 오히려 한국테크가 무단으로 한국타이어 관계사인 것처럼 명성이나 신용에 편승한다는 '역혼동'의 우려도 생겼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476억원, 영업이익은 1708억원이다. 같은 기간 한국테크는 매출 2162억원,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테크 측은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해당 상호를 쓸 수 없도록 후속 절차를 즉각 진행할 것"이라며 "시행에 지연이 생길 경우에는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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