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자영업고용보험, 소득 파악 선행돼야"

머니투데이 대담=김경환 정책사회부장, 정리=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정책사회부 2020.05.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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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전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995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운영과장이었던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당시 실무 최전선에서 고용보험을 도입시켰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용보험을 처음 설계할 때 산업 구조조정 시기였다"며 "이 과정에서 실직하는 분들을 보호하고 재취업을 돕기 위한 장치로 고용보험을 도입했다"며 25년 전을 떠올렸다.

고용보험은 시행 후 3년 만에 터진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격하게 확장했다. 하지만 아직 일하는 사람의 57%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특고), 자영업자 등 고용 안전망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1000만명을 넘는다.



고용보험 틀을 닦았던 이 장관은 고용부 수장으로서 고용보험의 '전국민 확대'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 장관으로부터 전국민 고용보험의 구체적인 방향, 고용 위기 진단과 해법 등을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고용 상황이 많이 어렵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고용 상황이 어렵긴 하다. 다만 국가 또는 기업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는 어려움과는 성격이 다르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활동이 제한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어려웠는데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급격한 내수 위축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 감소 등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용 어려움은 올해 길게 갈 것 같다. 고용 유지 그리고 일거리가 없는 분들에 대한 생계 지원을 통해 이 시기를 극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0.5.10/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0.5.1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전국민 고용보험의 의의는.
▶대통령께서 전국민 고용보험 기초를 놓겠다고 한 말씀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들어있다. 코로나19로 고용안전망 바깥에 계신 분들에 대한 안전망이 절실해졌다. 예비비,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여러 긴급대책을 실시 중인데 고용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대통령도 이런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전국민 고용보험을 말씀하신 걸로 이해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 방향은.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큰 이변이 없으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특고도 올해 관련 법이 통과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특고는 직종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달라 일시에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긴 어렵다. 보호 필요성과 고용보험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직종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단계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


현재 고용보험은 사업장 단위로 설계돼있다. 특고도 특정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면 쉽게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불특정 사업주를 상대로 일을 하면 지금 체계로 접근하기 어렵다. 소득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소득 파악 체계가 완비돼야 한다. 그래야 불특정 사업주와 일하는 특고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일을 하지 못해 소득이 생기지 않으면 실업을 확인할 수 있는데 소득 파악까지 가능하면 프리랜서도 고용보험 내에 들어올 수 있다. 범정부추진체계를 만들어 소득 파악 체계 구축, 징수체계 개편 등 고용보험 개선방안을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런 체계가 확보돼야 여러 계층에 고용보험을 넓힐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다.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건 소득기반 보험료 체계를 구축한 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내년부터 특고가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예상 규모는.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130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택배노동자 진짜사장 규탄대회'를 열고 교섭거부하는 진짜사장 CJ대한통운과 우정사업본부 규탄, 특수고용노동자 차별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규탄대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반 집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택배차량 300대와 유튜브 생방송을 활용한 드라이브 인 집회로 진행됐다.2020.5.1/뉴스1(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130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택배노동자 진짜사장 규탄대회'를 열고 교섭거부하는 진짜사장 CJ대한통운과 우정사업본부 규탄, 특수고용노동자 차별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규탄대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반 집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택배차량 300대와 유튜브 생방송을 활용한 드라이브 인 집회로 진행됐다.2020.5.1/뉴스1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대부분 임금근로자로 지난달 기준 1377만5000명이다. 고용보험에 편입되는 예술인은 약 7만명으로 예상된다. 특고는 고용보험 적용 직종을 어디까지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직종은 9개다. 이 직종을 기준으로 하면 약 77만명(2018년 노동연구원 추계)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산재보험 9개 직종은 사업주가 특정돼 있어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용이하다. 여기에서 추가되는 직종에 따라 인원은 늘어날 수 있다. 추가 분야는 실태를 좀 더 봐야 한다.

-소득 파악 체계는 어느 단계에서 필요한가.
▶특고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는 노무 전속성이란 개념으로 따진다. 특정 사업체에서 얻는 특고 소득이 50% 이상일 때, 즉 한 사업체에 매여 있는 분들이 산재보험 특례적용을 받는다. 고용보험은 산재보험보단 열어놓는 형태로 접근할 계획이다. 노무전속성은 빼고 특고가 2~3개 업체와 거래하더라도 해당 업체에서 각각의 보험료를 신고하는 체계로 가는 거다. 이렇게 되면 산재보험보다 적용 직종을 넓힐 여지가 많다.

노무 전속성이 약한 특고로 고용보험을 확대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힌다. 거래건별로 보험료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지금 체계를 고치지 않을 경우 확장이 어렵다.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소득체계로 개편하면서 고용보험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둥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이재갑 고용노둥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에 포괄하는 건 중장기 과제다.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이 부분은 세부적으로 들여다봐야 하고 어떻게 추진할지 로드맵도 앞으로 짜야 한다. 자영업자는 현재도 임의가입하고 있다. 임의가입 문호를 여는 방법도 있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전체 자영업자가 가입하는 틀로 갈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재원이 모자라 기존 가입자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은.
▶두 가지를 나눠 생각해야 한다. 올해 고용이 어려워져 재정적자 얘기가 많이 나온다. 고용보험은 평소에 보험료를 적립하는 구조다. 고용 상황이 어려운 시점에 지출이 확 늘어 적자까지 갈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 때도 적자였다가 경기 회복 후 다시 적립금을 쌓았다. 재정적자는 재정 효율화를 통해 극복할 부분도 있다. 현재의 재정적자를 고용보험 확대와 결부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또 고용보험에 새로 추가되는 분들은 사회보험 원리에 따라 자기 보험료를 내고 가입한다. 기존 가입자는 보험료 부담 증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용보험을 확대하면 적용 대상이 일부 겹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축소되나.
▶어느 나라나 고용보험, 실업부조 두 가지 고용 안전망을 두고 있다.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을 특고 등으로 확장을 해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고, 구직급여 수급 자격이 없는 분, 급여를 받았으나 장기 실업하는 분 등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이직이 잦은데 근로기간이 짧아 수급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이런 경우 실업부조가 받쳐줄 수 있다. 고용보험이 확대되더라도 국민취업지원대상 지원대상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 행사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 행사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사·정 간 어떤 타협이 필요할 지.
▶기본적으로 사회적 대화 의제, 논의 형식 등은 노사가 모여 결정할 사안이다. 정부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최대 과제인 고용 유지를 위한 노사 실천방안이 있을 거다. 수출 악화가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질텐데 노사 실천방안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더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상생방안 논의도 이뤄졌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정부도 지원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계, 경영계 모두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업장과 노동자를 위한 해법을 찾는다는 책임감을 갖고 노사정 대화에 임해주길 부탁 드린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크게 오른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나.
▶최저임금 인상은 공·과가 있다. 저임금 근로자 감소로 임금격차가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 반면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사회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 정부가 인상 수준을 언급하는 건 입법 조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위원회가 심의할 때 노동자 생계비·임금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보고 사업주, 노동자 등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지난 겨울 관련 단체 의견 듣는 기회를 가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소강상태였는데 다시 활동하면서 현장방문도 할 것으로 안다. 수용도 있는 수준에서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실물경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영계에선 주 52시간제 추가 유예도 요구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넓히는 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어렵게 결단을 내린 합의 사항이다. 이 합의대로만 해도 근로시간 관리에 따른 기업 어려움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도 보완했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50~299인 기업에 대한 52시간제 계도기간 추가연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외환위기 실시한 구직급여 특별연장급여 지급을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도 사용할 가능성은.
▶특별연장급여는 모든 구직급여 수혜자의 수급기간을 최대 60일 연장하는 강력한 실업 대책이다. 규정상 실업률이 3개월 동안 6%를 초과하는 경우 등에 지급할 수 있다. 특별연장급여 지급 여부는 고용전망, 경기회복 여부, 기금 재정 건전성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다. 현재로선 특별연장급여 지급보다 12조원 규모의 고용 및 생계안정 추가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산=뉴스1) 조태형 기자 =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7만6000명(-1.8%) 감소했으며 이는 IMF외환위기 이후 2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020.5.13/뉴스1(안산=뉴스1) 조태형 기자 =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7만6000명(-1.8%) 감소했으며 이는 IMF외환위기 이후 2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020.5.13/뉴스1
-코로나19로 청년 취업도 어려운데 대책은.
▶청년 고용은 역점을 두고 사업을 꾸린 결과 지난해까지 많이 호전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다시 어려워졌다. 신규채용이 줄어서다. 정부는 그동안 미뤄둔 공공기관 채용을 빨리 속개할 예정이다. 기업에도 더 이상 채용을 미루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고용안정 특별대책에서 발표한 디지털 일자리 및 일 경험 프로그램 확대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트코로나의 첫 번째 과업을 전국민 고용보험이라고 했다. 다른 과업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일하는 방식이 바뀔 거다.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확산이 한 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기업도 해보니 할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과 직업훈련을 접목한 원격훈련 강화도 큰 과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일자리의 양이 줄어들 것으로 보나.
▶산업혁명 이후 노동의 양과 관련한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의 내용은 바뀌었으나 양이 줄진 않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의 총량이 줄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과제는 줄어드는 쪽의 일자리를 어떻게 다른 쪽으로 옮길 지다. 고용안전망 확충, 직업훈련을 통한 전직 지원방안, 디지털 적응력을 높이는 재직자 훈련, 유연 근무체계 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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