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또 걱정…재난지원금 다쓰면 2차 나올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5.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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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1차 긴급재난지원금 소진된 9월 이후의 내수경기 부양책 미비…미국 민주당 2차 재난지원금 법안 발표한 상황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9월부터 또 걱정…재난지원금 다쓰면 2차 나올까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지난 11일부터 신청(온라인)을 시작해 순차적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지급되고 있다. 현재로선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12조원 규모의 지원금이 모두 소비될 경우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의 유효기간인 8월 31일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벌써 나오고 있다. 8월 말 까지는 정부 지원금으로 급감한 가계소득이 보전되고 소비가 늘어나 내수 경기가 소폭이나마 부양되겠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진된 9월 이후엔 뾰족한 대책이 없다.



8월 말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경제활동이 점차 정상화되며 위축됐던 내수 경기도 확 살아난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하반기 내수 경기 반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단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이태원 클럽발 신규확진자가 수십명 대로 늘어나면서 당분간 감염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유흥업소 등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관련 업체와 종사자들의 매출이 뚝 끊겼다. 이태원은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모인 대표적인 상업지역인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역 상권 전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오는 20일부터 등교 개학을 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교 내 집단 감염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침체된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현재로선 거의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감염자수는 이미 430여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만 30만명에 육박한 상황이지만 신규확진자는 여전히 매일 5만여명 이상 발생하며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은 코로나19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면역력이 충분히 생기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최소한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조치 등으로 경제활동이 계속 제약을 받는다면 수출은 물론 내수 경기의 타격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크게 하향했던 IMF도 코로나19가 미치고 있는 경제적 충격이 예상보다 커서 오는 7월 전망에서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을 이미 시사했다. IMF는 지난 4월 전망에서 봉쇄조치가 50% 정도 추가 연장될 경우 성장률이 기존보다 3.0%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경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6.0%로 낮아진다.

기획재정부는 '5월 최근경제동향'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고용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수출 감소폭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최근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상반기 –0.7%, 하반기엔 –0.3%로 연간 –0.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도 상반기 –4.0%, 하반기 –0.1%, 연간으로 –2.1%를 기록해 역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타 기관들도 올해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다른 국가들보다는 선전하겠으나 마이너스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소한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는 나아지겠으나 뚜렷한 V자 경기 반등은 어렵다고 보는 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국내 가계소득은 여전히 부진할 것이고, 수출이나 고용 악화 등 전반적인 경기 충격의 여파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면한 고용난으로 인한 충격이 누적되고 가계소득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지원금이 소진된 하반기에 소비마저 다시 위축된다면 내수 경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한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내수 기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결코 다르지 않다. 이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3조 달러(약 366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마련됐고, 여기에는 1인당 1200달러(약 146만원)씩, 가구 당 최대 6000달러(약 732만원)에 달하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

과거 몇 년간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좋다고 자부하던 미국마저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마련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은 국내에서도 나왔다. 건국대학교 최배근 경제학 교수는 최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 대응을 위해 연말까지 매달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100조원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막 지급되기 시작한 시점에 벌써부터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비칠 수 있다. 다만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진된 이후에도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고 지금부터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경제 위기 상황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례없는 파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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