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원유 ETF가 어쨌길래 줄 소송이…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5.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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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조20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원유선물 ETF(상장지수펀드) 'KODEX WTI원유선물(H)'의 운용방식을 두고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관련 ETF 투자자 220명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운용을 상대로 총 3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날(13일)에도 투자자 2명이 관련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다툼의 포문을 열었다. 앞으로도 최소 수백 명의 투자자들이 관련 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운용 측도 법무대리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 말았어야 할 롤오버?



지난달 21일 5월물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37.7달러로 떨어졌고 22일에는 당시 KODEX ETF의 주요 구성종목인 6월물 가격도 장중 6.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에 삼성운용은 23일 오전 KODEX 원유선물ETF의 구성 종목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유가폭락으로 원유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상당수 선물계약을 청산해야 하는 위기가 예상되면서다. 앞서 이날 새벽 73% 비중으로 편입하던 WTI 원유선물 6월물을 34%로 대폭 축소하는 대신 △7월물 19% △8월물 19% △9월물 9%로 월물을 분산시켰다.

삼성운용 측은 "만약 펀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6월물의 종가가 마이너스가 되면 투자금 전액을 잃고 펀드거래중단 및 상장폐지로 그 손실은 회복 불가능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롤오버 안 했으면 더 벌었는데…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의 이 같은 롤오버로 6월물 폭등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21일 21.1불이었던 6월물 가격은 다음날(22일) -48.6% 하락한 10.89불, 새벽 롤오버가 진행된 23일에는 +41.4% 반등해 15.4불이 됐다. 반면 KODEX 펀드의 수익률은 22일 상하한폭 제한규제(±30%)로 -30%, 23일에는 +4.3% 상승에 그쳤다.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해보면 23일 ETF 상승률이 원유선물 대비 37.1%포인트나 낮아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2일 하한가가 없었다면 추가로 빠졌어야 할 18.6%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유선물을 추종하는 ETF는 선물 변동성을 반영한 기준가를 추종하게 돼 있는데, 이 기준가가 30% 이상 크게 하락하더라도 30% 하한가에 막혀 ETF 시장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22일 ETF 종가는 3960원이지만 기준가는 2900원대로 약 1000원의 괴리가 발생했다. 이날 하한가에 막혀 반영되지 못한 하락분은 다음날인 23일에 반영되면서 6월물 가격이 41.4% 올랐지만 ETF 가격이 170원(4.3%) 밖에 오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눈 떠보니 롤오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사전공시 없이 롤오버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투자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했다고 항의한다.

삼성운용 측은 사전공시를 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들의 이익에 보다 부합하는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뉴욕선물거래소 6월물 시장에서 KODEX WTI ETF의 비중이 약 9.5%에 달했기 때문에 6월물 매도계획을 밝힐 경우 제3 투자자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선물시장은 23시간 동안 열리기 때문에 6월물 비중이 높은 매매계획을 공지하는 순간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며 "(사전공시)가 무슨 실익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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