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노린 아프간 병원 테러…트럼프 평화협정 깨졌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5.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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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 공격 재개 방침 밝히자마자…탈레반 아프간 육군기지 공격 나서

간호사가 무장테러로 사망한 산모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로이터간호사가 무장테러로 사망한 산모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무장테러로 총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공격 이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대한 공격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탈레반도 반격에 나섰다. 사실상 지난 2월 미국-탈레반 평화협정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13일 아프간 정부는 전날 오전 카불 서쪽에 있는 다시트 에 바르치 병원에 경찰 제복을 입은 무장괴한이 급습해 저지른 무장테러로 인해 24명이 숨졌으며 최소 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산모와 간호사 외에 2명의 신생아도 있었다.



당시 병원에는 140명 가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 내 산후조리원은 국제 의료구호기구인 '국경없는 의사회(MSF)'가 운영하는 곳으로 직원 일부는 외국인이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정부군이 피 묻은 담요를 씌운 신생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AFP/사진=AFP


공격이 시작되던 당시를 목격한 노점상 라마잔 알리는 로이터통신에 "그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병원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선 친정부 인사의 장례식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32명 이상 숨지고 68명이 다쳤다. 낭가하르주의 유명 치안 담당자의 장례식으로 유력 정치인들이 참석하자 폭탄 테러를 한 것이다.

NYT는 "이날 하루에만 아프간에서 발생한 테러로 총 100여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아직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무장조직 탈레반도 해당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이 위치한 지역은 이슬람 시아파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어서 테러의 배후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탈레반 반격 시작됐다…'평화'는커녕 생지옥' 된 아프간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앞서 미국은 평화합의에 따라 아프간 파병 미군 등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대신 탈레반은 아프간이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IS는 물론 탈레반의 폭력행위가 계속되자 아프간 정부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기로 했다. 아프간 정부군은 지난 2월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합의 이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방어에만 치중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모든 치안 병력에 방어 태세를 끝내고 적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함둘라 모히브 아프간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위터에 "이건 평화도 평화의 시작도 아니다"며 "탈레반이 테러를 다른 단체에 위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탈레반은 바로 다음날인 14일 아프간 육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행정부가 탈레반에 대한 공격 재개 방침을 밝힌 이후 군사본부에 대한 순교 공격이 감행됐다"고 밝혔다.

이에 BBC는 "사실상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정이 깨졌다"면서 "지난 2월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체결된 평화합의 이후 포로 교환 문제, 아프간 정부 내 분열 등으로 인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 협상은 결렬됐고 폭력 사태가 계속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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