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의 사전고지 없는 롤오버(월물변경)로 인해 예상치 못한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한다. 반면 삼성운용 측은 투자자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투자설명서·약관 등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조치였다고 반박한다. 앞으로도 최소 수백 명의 투자자들이 관련 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운용 측도 법무대리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자료=삼성자산운용
삼성운용은 23일 오전 KODEX 원유선물ETF의 구성 종목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유가폭락으로 원유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상당수 선물계약을 청산해야 하는 위기가 예상되면서다. 이에 이날 새벽 73% 비중으로 편입하던 WTI 원유선물 6월물을 34%로 대폭 축소하는 대신 △7월물 19% △8월물 19% △9월물 9%로 월물을 분산시켰다.
삼성운용 측은 "만약 본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6월물의 종가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투자금액을 전액 잃게 되며 본 펀드의 거래중단 및 상장폐지로 인해 그 손실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며 "당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적절한 안정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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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오버 안 했으면 더 벌었는데…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21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WTI 선물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0.4.21/뉴스1
반면 KODEX 펀드의 수익률은 22일 상하한폭 제한규제(±30%)로 인해 -30%, 23일에는 +4.3% 상승에 그쳤다.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해보면 23일 ETF 상승률이 원유선물 대비 37.1%포인트나 낮아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도 삼성운용의 롤오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이 같은 가격차를 주된 이유로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2일 하한가가 없었다면 추가로 빠졌어야 할 18.6%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유선물을 추종하는 ETF 상품들은 선물 변동성을 반영한 기준가를 추종하게 돼 있는데, 이 기준가가 30% 이상 크게 하락하더라도 30% 하한가에 막혀 ETF 시장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운용에 따르면 22일 ETF 종가는 3960원이지만 기준가는 2900원대로 약 1000원의 괴리가 발생했다. 이날 하한가에 막혀 반영되지 못한 하락분은 다음날인 23일에 반영돼 다음날 6월물 가격이 41.4% 올랐지만 ETF 가격이 170원(4.3%) 밖에 오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눈 떠보니 롤오버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탱크의 '부유식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탱크 내 원유 저장량에 맞게 위아래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2020.4.22/뉴스1
삼성운용 측은 사전공시를 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들의 이익에 보다 부합하는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뉴욕선물거래소 6월물 시장에서 KODEX WTI ETF 펀드의 점유비중이 약 9.5%에 달했기 때문에 6월물 매도계획을 밝힐 경우 제3 투자자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삼성운용의 6월물 비중 축소 계획을 사전에 알게 될 경우 제3 투자자들의 선행매매로 가격이 추가하락하고, 사전고지가 없는 경우보다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선물시장은 23시간 동안 열리기 때문에 6월물 비중이 높은 매매계획을 공지하는 순간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며 "(사전공시)가 무슨 실익이 있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