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우습나" 소리 듣는 벤츠…'디젤게이트' 사장도 미국으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0.05.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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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벤츠의 두얼굴'

편집자주 벤츠코리아의 디젤게이트 논란이 역대 최대 ‘배출가스 조작’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독일차’라면 무한 신뢰를 보내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등에 업고 벤츠는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판매량을 쑥쑥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수입차 1위라는 벤츠코리아의 이면에는 여러분들이 자못 놀랄 수 있는 두얼굴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 기여가 거의 없고, 딜러 업체들을 휘어잡으며, 디젤게이트에도 대표이사를 미국으로 발령내는 행태. 지금부터 벤츠의 두얼굴을 들여다봅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수입차 1위 벤츠가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판매량을 올리고도 제2의 도시인 부산국제모터쇼에 불참하겠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자기 잇속만 챙기겠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메르세데스-벤츠가 '2020 부산국제모터쇼’에 불참 선언을 한 것을 놓고 수입차 1위업체의 위상과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터쇼가 드문 부산 사회에 공헌하는 차원에서라도 행사에 참가해 지역 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결정은 한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져 더 충격을 준다. 실라스키 사장은 부산모터쇼가 홍보 효과가 낮아 비용 낭비 측면이 있다고 불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모터쇼' 불참 선언에 부산 여론 싸늘...잘 팔려도 사회환원은 안해
벤츠의 부산모터쇼 불참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지역 민심을 싸늘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실제 벤츠의 올 1분기 부산지역 판매량은 2314대로 지난해 4분기(3486대)대비 33.6% 급감했다. 지난 4월에도 벤츠는 부산에서 단 818대 팔리는데 그쳤다. 코로나19(COVID-19) 감염 확산으로 부산모터쇼는 끝내 행사 자체가 취소됐지만 벤츠코리아는 민심을 잃고 체면만 구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취임 5년차를 맞는 실라스키 사장이 한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른수건 짜기 식 경영을 일삼아 직원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사실 수입차 2위인 BMW에 비해 1위 벤츠가 지나치게 한국 재투자에 소극적이란 비판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BMW는 안성 신규부품물류센터(RDC) 1600억원,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895억원, 차량물류센터(VDC) 200억원, R&D(연구개발)센터 200억원 등 국내 투자를 꾸준히 이어왔다.

반면 벤츠는 870억원 정도를 투자한 경기도 안성 부품물류센터 외에 이렇다 할 국내 투자는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독일 본사로 보내는 배당에는 적극적이어서 지난해만 1300억원 넘게 대주주들에게 이익을 송금했다. 이 역시 단 한 푼의 배당도 하지 않은 BMW와 큰 차이를 보인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까지..수입차 1위 신뢰도 휘청
이달 초 발표된 벤츠의 경유차 배기가스 불법 조작 파문도 수입차 1위 답지 않게 고객 신뢰를 한꺼번에 깨뜨렸다는 목소리가 많다. 환경부는 지난 6일 가장 많은 차종에서 경유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 혐의가 적발된 벤츠코리아에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환경부가 자동차 업체에 부과한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2015년 '디젤게이트' 당시 문제가 된 아우디·폭스바겐의 과징금(140억원)보다 5배 넘게 높다.

핵심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다. 질소산화물 배출을 억제하는 요소수 탱크 크기 등을 줄이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실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인 GLE350d는 기준치의 13.7배, C200d는 8.9배나 됐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 방식이 매우 정교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벤츠 오너들을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고객 건강 직결된 문제 책임 없이 실라스키 사장 '미국 발령'
하지만 벤츠가 이 문제를 대하는 자세는 실망스럽다. 당장 벤츠코리아 실라스키 사장이 이 디젤게이트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가 임기 만료를 이유로 9월 1일부터 미국으로 발령 받아 떠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벤츠코리아 경영진의 불법 사실이 밝혀져도 핵심 당사자를 처벌은 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벤츠 독일 본사가 실라스키 사장이 디젤게이트로 고충을 겪지 않도록 면죄부를 주려고 일부러 4개월이나 앞당겨 사장 인사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지난해 한국에서 218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벤츠코리아 치곤 디젤게이트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무책임한 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1등 수입차라고 하지만 벤츠코리아가 지금까지 디젤게이트 논란을 둘러싸고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며 "고객들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이를 외면하고 실라스키 사장을 미국으로 보내는 것은 한국 고객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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