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는 선물' 이라는 트럼프…파월은 "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20.05.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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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너스 금리’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시장의 기대감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응하며 마이너스 금리는 “선물”이라고 칭송했지만, 현실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압박→파월 반박→트럼프 재반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


13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19가 초래한 고통의 정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지금이 '마지막 장'(final chapter)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L’자형 경기 침체를 우려했지만,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리는 것에는 반대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외에도 좋은 정책수단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이런 선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3일에는 백악관에서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 덕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출금리 관련해 파월 의장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재차 반박한 것이다.

시장도 2년물 미 국채 금리가 0.159%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자 연준이 내년 중순쯤 현 0.0~0.25% 범위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불확실” 결론 낸 연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꺼내는 데 거부감이 크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연준은 다양한 부양책을 검토했지만, 마이너스 금리만은 끝내 제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기에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연준은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결국 “불확실하다”는 결론만을 냈다.

2010년 연준 회의록에도 이러한 우려는 드러난다. 당시 연준 관계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시 은행권과 단기금융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 은행권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 이자 수익마저 아예 사라지며 손실이 커진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인 4조8000억달러(약 5900조원) 규모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서의 자금 유출도 우려된다.

MMF는 자산운용사들이 단기 국채나 단기 회사채인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을 말한다.

만약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의 영역으로 진입하면, 투자자들이 더이상 MMF 투자의 매력을 못느끼고 대규모로 자금을 빼기 시작해 MMF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남아있다
연준이 부정적이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막대한 데다가 바이러스 확산 후 ‘시장 요구 → 트럼프 압박 → 연준 수용’의 공식이 계속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대신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거나, 국채 수익률 곡선 제어, 수익률 상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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