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조 유증 결정에도 "아직 부족하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반준환 기자 2020.05.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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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유동성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조원 유상증자에 나섰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유증과 정부 지원 외에도 1조원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도 이번 유증 참여 부담감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1조 유상증자에 유동성 리스크 줄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4일 오전 9시10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1.92% 떨어진 1만785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칼은 2.51% 오른 8만1700원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했다.

전환사채 발행 대상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지난달 발표된 정부 지원책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유증과 CB로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차입 상환에 사용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유증으로 급한 불은 껐다고 보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자로 유동성 및 차입금 상환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정부도 영구채 3000억원, 항공화물 매출채권 담보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자산담보부 차입 2000억원을 통해 총 1조20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자본감소로 인해 약 17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부채비율은 이번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확충이 마무리되면 896%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가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이번 유증과 정부 지원 자금을 더하면 총 2조2000억원이지만 올해 대한항공이 필요한 자금은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에 사업 부분 재편방안 검토를 의뢰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자본확충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단기 수요는 충당하겠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과 사채가 1조5000억원이고 연간 금융비융 5400억원, 지난해 기준 인건비 2조1000억원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전망 어둡다"VS"회복 기반 마련"
지난 3월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항공기정비고에서 방역 직원들이 뉴욕으로 향하는 항공기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지난 3월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항공기정비고에서 방역 직원들이 뉴욕으로 향하는 항공기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대한항공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어둡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 증자로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 연구원은 "국내 항공산업의 공급 과잉 구조와 글로벌 경기 변동성으로 자본 확충 효과는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미 수차례의 경험했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거나 대한항공의 비핵심 사업 및 자산 구조조정으로 체질이 개선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유혁 연구원도 "단기주가 측면에서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가치가 희석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여객수요의 회복 시그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희석보다는 유가 급락과 화물 호조 반영에 따른 향후 컨센서스 상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려가 선반영돼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반등할 수 있어 '매수'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유증에 한진칼도 자금 마련 시급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3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3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도 대한항공의 1조원 유증에 참여하기 위해 자금 마련이 시급하다.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유증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기존 주식수 대비 84%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유상증자 1조원을 기준으로 보면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한진칼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400억원에 그친다. 때문에 한진칼도 별도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보유자산 매각 및 담보 대출을 해야 한다.

한진칼이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막을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

조 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줄 신규 주주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진칼 정관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가능하게 해 놨기 때문에 껄끄러운 KCGI와 마주칠 일도 없다. 다만 경영권 분쟁 가운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택하는 것은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한진칼이 백기사를 택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3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한진칼 의결권은 △조 회장 측 41.4%→44.8% △KCGI 3자 연합 44%→41.4% 등으로 변경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KCGI로 기울었던 판세가 단숨에 역전되는 만큼 KCGI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KCGI가 한진칼 유상증자에는 찬성하나 제3자배정 방식은 안된다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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