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은, BIS비율 12% 위협…"6조 증자 필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5.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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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지원 없으면 올해 BIS비율 12%까지 하락"…14% 수준 유지하려면 5.8조원 증자 필요

[단독]산은, BIS비율 12% 위협…"6조 증자 필요"


한국산업은행이 6조원 가까운 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면서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대로라면 산은의 BIS비율이 12%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연말까지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은의 BIS비율이 12%로 내려 가는 건 2000년 이후 처음이다. IT버블이 꺼지면서 2000년 산은의 BIS비율은 11.38%로 떨어졌다. 산은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BIS비율이 하락했지만 13.61%로 13%대를 지켰다.



지난해 BIS비율은 14.05%이나 올해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돈을 빌려 주면서 추가적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산은은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 중 16조6000억원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매입기구에도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기업도 산은의 몫이다. 수출입은행과 함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1조2000억원과 1조7000억원은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넘긴다고 하더라도 두산중공업에 지원하기로 한 2조4000억원은 온전히 수출입은행과 함께 산은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쌍용차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 기업까지 나오면 산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해야겠지만 자본확충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말과 같은 수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5조8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다. 이익을 내야 자기자본이 늘어나는데 현 상황에서 순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올해 4505억원의 정부 출자가 예정돼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혁신모험펀드 500억원 △기업구조혁신펀드 750억원 등으로 꼬리표가 달려있어 BIS비율 개선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순 있지만 보완자본일 뿐이어서 한계가 명확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후순위채는 기본자본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 자본인 정부 출자가 산은에 절실하다”고 말했다.

재정당국은 산은의 역할에 대해선 충분히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판 뉴딜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써야 하므로 금융당국과 산은의 요구를 100% 수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건전성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재정당국이 2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면서 세출예산을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수은 역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수은 역시 두산중공업과 항공사를 지원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해외진출 기업에 2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은의 BIS비율은 지난해말 14.56%에서 올해 1분기 13%후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필요한 증자 규모는 산은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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