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봉쇄 풀면 더 큰 고통" 경고…S&P 2%↓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5.1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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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 "봉쇄 풀면 더 큰 고통" 경고…S&P 2%↓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위한 봉쇄가 완화되기 시작한 가운데 보건당국자가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면서다. 소비자물가가 12년만에 최대폭 급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것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파우치 "美 코로나 사망자, 실제론 더 많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57.21포인트(1.89%) 내린 2만3764.7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60.20포인트(2.05%) 급락한 2870.1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189.79포인트(2.06%) 떨어진 9002.55로 마감했다. 이로써 나스닥지수의 연속 상승 행진은 6거래일 만에 끝났다.



대표적 은행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등이 3% 이상 떨어졌다.

백악관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의 주축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 상원 화상 청문회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조급하게 봉쇄를 풀 경우 더 많은 고통과 죽음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 결과는 정말로 심각할 수 있다"며 "최상의 상황에서도 (확산) 억제 대책을 축소하면 (확진) 사례가 늘어나리란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또 파우치 소장은 미국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32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35만6037명, 사망자는 8만1571명으로 집계됐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가 그 숫자(통계)보다 많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특히 보건 시스템이 심각한 도전을 받았던 뉴욕시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병원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렸어도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하고 자택에서 숨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사망자 수가 정확히 몇 퍼센트 더 많을지는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거의 확실히 더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비교적 선방한 한국과 독일 등이 봉쇄 완화 과정에서 직면한 2차 유행 위험을 불안감 속에 주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의 봉쇄 완화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독일에선 각 주정부 별로 외출제한령을 해제하는 등 봉쇄 완화에 나선 뒤 도축장과 양로원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에서도 최근 다시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된 한국 역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전 세계에 조기 봉쇄 완화에 대한 경각심을 안겼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美 소비자물가 0.8%↓…12년래 최대 급락
물가는 두달째 떨어졌다. 이날 미 노동부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0.4% 하락에 이은 것으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하락율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숙박 분야를 중심으로 물가가 하락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에너지 부문 물가도 급락했다.

변동성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4% 떨어졌다. 195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도 비관적인 경기 전망이 나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봉쇄가 계속될 경우 광범위한 파산이 생겨나 불황이 더 심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연기금 中 주식 투자 중단 지시"
한편 미국 행정부가 연기금의 대중국 주식 투자에 제동을 건 것도 미중 갈등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유진 스칼리아 노동부 장관에게 연방공무원퇴직연금(TSP)의 해외 주식 인덱스 투자를 허용하려는 연방퇴직저축위원회(FRTIB)의 조치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 인덱스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인권 문제가 있다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국 기업들의 주식이 포함돼 있다.

폭스비즈니스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SP의 중국 주식 투자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연방공무원과 미군의 퇴직금을 운용하는 TSP는 현재 약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 가량의 중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초당파 의원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연기금의 자금이 미국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을 지원하는 데 쓰이도록 놔둘 수 없다며 TSP의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은 코로나19 발생 원인에 대한 국제조사를 중국이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이날 발의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본격적 응징에 나선다면 코로나19 사태 악화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온 중국의 반발과 함께 미중간 2차 경제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발생원인 규명을 위한 중립적 국제조사를 촉구한 직후 호주의 대형 육가공업체 4곳으로부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우디 이어 UAE·쿠웨이트도 감산…WTI 7% 껑충
국제유가는 반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석유 수요 급감을 고려해 추가 감산에 동참하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1.64달러(6.8%) 뛴 25.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저녁 8시41분 현재 배럴당 33센트(1.11%) 오른 29.96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UAE와 쿠웨이트는 다음달부터 각각 10만배럴, 8만배럴씩 산유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에서 합의한 원유 감산량 이외에 추가적인 감산이다.

OPEC+는 지난달 12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5~6월 하루 생산량을 97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앞서 사우디도 합의된 감산량 외에 하루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다음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아람코의 6월 일평균 산유량은 4월보다 40% 줄어든 약 750만배럴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사우디는 또 5월 산유량도 수요에 맞춰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사우디의 이번 추가 감산은 OPEC+ 소속 산유국은 물론 다른 산유국이 감산 책임을 잘 이행하고 자발적인 감산 방안을 추가로 내놓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올랐다. 이날 오후 3시46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장보다 4.90달러(0.29%) 상승한 1702.9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약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28% 내린 99.9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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