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이제 끝이 아닌 시작" 법정관리 신청 느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김도윤 기자 2020.05.13 06:00
글자크기

(종합)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기자


회생 절차를 택하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과거 재무구조가 부실화된 기업들이 조기에 퇴출 돼 상장사의 법정관리를 보기가 흔치 않았지만, 최근에는 상장폐지로 인한 시장 퇴출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회생절차도 흔해졌다는 평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각급 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기업의 수는 이노와이즈, 바이오빌, 현진소재 등 12개사에 이른다. 출자법인이나 종속기업의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경우까지 더하면 그 수는 18개사로 늘어난다.

2016년, 2017년, 2018년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기업의 수는 각각 6개사, 5개사, 9개사에 불과했으나 2019년 들어서는 20개로 늘었다. 올해도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상장사들의 법원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장사들의 회생 절차가 늘어난 것은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 자체가 늦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의 대부분이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과 관련한 문제가 있는 곳들"이라며 "감사의견 거절 받은 기업의 개선기간이 지난해부터 1년으로 늘어나면서 상장된 상태에서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경우 기업에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져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 됐는데 이제는 최초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이후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이뤄지기까지 짧게 잡아도 1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기업들의 법원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회생, 이제 끝이 아닌 시작" 법정관리 신청 느는 기업들
회생 절차란 법원이 주도해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종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약정) 등 민간형 구조조정과 달라 '법정관리'라고도 불린다. 법원 주도하에 기업의 채권·채무를 명확히 하고 일부 채무 감면 및 신규자금 수혈 등을 통해 기업이 정상 기업으로 되살아나도록 돕는 제도다.


한 때 "'워크아웃' 기업에 비해 '법정관리' 기업은 훨씬 심각한 상태"라는 오해가 회생제도 정착을 가로막기도 했다. 채권·채무 정리를 통해 기업이 부실을 떨어내고 정상화돼야 함에도 '법정관리 기업'이라는 낙인을 우려해 회생절차 개시 시점을 놓치고 부실도 심화돼 결국은 파산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회생 사례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감마누는 회생절차를 통해 부실을 떨어낸 후 '적정' 의견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서도 휴대폰 안테나 등을 만드는 EMW가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 문턱까지 몰렸다가 1개월여 만에 회생절차 신청에서 회생절차 개시 및 종결까지 전 과정을 마치며 부외부채 우려를 씻어냈다. 감마누, EMW는 아직 상장유지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회계 관련 우려를 씻어내며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EMW를 대리해 회생 종결까지 절차를 이끌어낸 최승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과거만 하더라도 부실기업 낙인을 우려해 기업들이 회생절차를 기피했다"며 "성공적으로 회생절차를 졸업해 정상기업으로 돌아가는 기업들의 사례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