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인데 관공서 마비된 사연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5.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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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신청 위해 필요한 마이넘버카드 비밀번호 재설정 위해 관공서 찾는 시민 늘어…6시간 대기도

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몰린 사람들로 대기시간이 2시간 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RikiSatobun 트위터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몰린 사람들로 대기시간이 2시간 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RikiSatobun 트위터


일본에서도 11일부터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됐다. 하지만 온라인 신청에 필요한 카드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사람들이 각 지자체 관공서를 찾으면서 한때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온라인 신청을 둘러싸고 전국의 지차체 창구가 혼잡하다"며 "이날부터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 오사카시 주오구청에는 오전 내내 창구서비스와 접수번호 발권기 앞에 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몰린 사람들로 아예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7일 오카야마시 키타구청에는 약 150명의 사이 몰려 창구 업무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구청은 8일부터 창구업무를 부분 정지했다. 11일 창구를 다시 열었지만 인파가 몰려 2시간만에 다시 업무를 정지했다.

온라인 신청인데 붐비는 구청...왜?
각 가구에 우편으로 보내진 지원금 신청서. /사진=@oToMoXo 트위터.각 가구에 우편으로 보내진 지원금 신청서. /사진=@oToMoXo 트위터.
앞서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난지원금 성격의 '특별정액급부금'을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개인들이 직접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우편 신청은 기초자치단체가 각 가구에 우편으로 보내준 지원금 신청서에 세대주의 계좌번호를 기입한 뒤 본인 증빙서류를 포함해 이를 반송하면 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더 편리한 온라인 신청은 마이넘버카드를 소지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마이넘버카드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격이다. 일본은 2016년 1월 12자리의 개인 식별번호 제도인 마이넘버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의 소득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사회보장, 납세, 재해대책 등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기준 마이넘버 카드 발급률은 16.2%에 불과했다. 카드 발급에 별다른 혜택이 없고 시민들이 개인정보유출을 우려해서다. 신분증이 필요하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으로 대신할 수 있고 병원 이용도 기존 건강보험증으로 가능하다.

마이넘버카드 관련 문의로 붐비는 관공서. /사진=오노데라 아키히코 아오모리 시장(@onoderaakihiko) 트위터.<br>
마이넘버카드 관련 문의로 붐비는 관공서. /사진=오노데라 아키히코 아오모리 시장(@onoderaakihiko) 트위터.
마이넘버카드를 발급했더라도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기 위해 사람들이 관공서를 찾는 일이 늘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카드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몇 번 이상 틀리면 관공서에 직접 방문해야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 일하는 21세 한 남성은 비밀번호 재설정을 위해 6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도쿄신문에 "5월분 월급이 10% 줄어들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세도 싸지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10만엔을 받고 싶다. 차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서버 강화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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