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온갖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ETP 상품, 특히 원유선물ETN(상장지수채권)에 대한 투기세가 진정되지 않자 ETP의 액면병합을 가능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현재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가격은 1주당 720원이다. 만약 발행사인 삼성증권이 발행주식을 2분의1로 병합을 하면 1주당 가격은 1440원으로 두 배 오른다. ETN이 추종하는 원유선물의 수익률을 반영한 실시간지표가치(IIV)도 마찬가지다. 8일 현재 삼성ETN의 IIV는 182.38로 병합을 하게 될 경우 364.76으로 껑충 뛴다.
당국은 철저히 거래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전주의 경우 심리적 문턱이 낮아 많은 사람들의 유출입이 가능하다. 조그마한 유가반등 조짐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 뻥튀기가 이뤄질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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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의 시장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싼맛'에 무모하게 들어오는 투자자가 늘어나 변동성이 커진다"며 "또한 절대적인 시장가가 낮으면 LP들이 호가를 관리해야할 범위 자체가 넓어진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병합이 가능한가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이미 거래소는 지난 2017년부터 사업계획을 통해 ETP 상품간 분할·병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왔지만 3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시장 개설 초기부터 거래소와 예탁원이 관련 내용을 협의했지만 실제 분할·병합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규정개정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미 상법에서 분할·병합을 허용하기 때문에 거래소 규정에서 구체적인 기준만 언급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의 병합·분할에는 주식이든 ETN 같은 파생결합증권들이 다 포함되기 때문에 명확한 업무지침을 세우면 바로 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액면병합 여부를 결정할 증권업계도 긍정적이다. 레버리지ETN을 발행한 증권사 관계자는 "병합이 가능하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TP 종합대책 곧 발표…금융위 테이블 위에는 무엇이 있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아울러 투자자들의 급격한 매수세를 초기에 잠재울 수 있도록 일괄신고서의 효력발생기간을 단축하는 방법도 제기된다. 일괄신고서는 증권사가 ETN을 추가발행할 때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조치로, 1년 동안의 한도를 정해 추가서류제출만으로 채권발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현재는 15영업일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더 단축해 LP가 신속하게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ETN이 추종하는 지표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발행사가 자진청산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투자자에게 사전교육을 의무화, 기본예탁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도 종합대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