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뭐기에"…전쟁터 된 운전자보험 시장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5.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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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뭐기에"…전쟁터 된 운전자보험 시장


최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장을 강화한 신상품을 내놓고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일부 담보에 보험료를 받지 않는 ‘공짜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과열경쟁이 향후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쿨존 사고에 무슨 일이…가입자 2배 늘어난 운전자보험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는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약 154만2000건의 운전자보험 신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81만건을 체결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급증한 수치다.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 운전자보험 시장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손보사들이 그간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자 가해자의 형사 책임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가입 수요가 크게 늘었다.

스쿨존에서 대인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 대상이 돼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운전자보험은 대인·대물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형사합의금과 벌금 등 형사적 책임에 대한 비용을 보장해 ‘민식이법’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공짜 마케팅'도 등장…과열경쟁 부메랑 우려도

보험사들은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운전자보험 상품을 대거 손봤다.

우선 대부분의 보험사가 벌금 보장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또 일부 보험사는 형사합의금 지원 범위를 그간 보장하지 않던 6주 미만 진단 사고까지 확대했다.

DB손해보험이 관련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별약관을 만들어 배타적사용권(독점적판매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후 삼성화재가 가세해 스쿨존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받지 않고 6주 미만 사고도 보장하겠다며 이른바 ‘공짜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스쿨존 내 6주 미만 사고에 한해 별도 보험료 추가 없이 기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한 상태다.


다른 손보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DB손보와 삼성화재처럼 6주 미만 사고에 대한 특약 신설이나 약관 변경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마케팅 경쟁이 오히려 가입자의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은 아직까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과열경쟁으로 불필요한 보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잦은 사고와 모럴해저드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결국 나중에 보장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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