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잊었나…파주서 또 '샌드위치 패널' 창고 화재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5.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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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또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 불이 났다가 7시간 만에 진화됐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4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지 약 열흘 만이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35분쯤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드라마 스튜디오 창고에서 불이 나 오전 6시40분쯤 완전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장에 소방인력 150여명과 장비 36대가 투입됐다. 하지만 창고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이라 화재 진압에 7시간이나 걸렸다.



이번 불로 창고 건물 7개동(8342㎡) 중 2개동이 완전히 불타 없어졌다. 3개동은 부분 소실됐다. 소방서 추산 재산피해 규모는 4억284만원이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열흘 전에도, 12년 전에도 '샌드위치 패널' 화재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스1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은 기존에도 여러 차례 대규모 화재 사고를 냈다. 지난달 29일 화재로 근로자 38명을 숨지게 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의 건축물들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지고 있었다.

당시 화재는 오후 1시30분쯤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폭발로 인한 불길이 현장 전체로 번지면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당시 현장에 9개 업체 78명이 작업 중 사고가 나면서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

당시에도 샌드위치 패널 때문에 불길이 빨리 잡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완전히 불길이 잡힌 것은 화재 발생 약 5시간 만인 오후 6시40분쯤이었다.

샌드위치 패널은 기둥과 벽 등을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게 만든 건축 자재다. 패널 안의 철제 재질이 뜨거워지며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이 잘 붙는다.

또 스티로폼이 샌드위치처럼 들어있는 구조라 불이 한 번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며 불탄다. 완전히 녹아 전소되기 전까지 잘 꺼지지도 않는다. 유독가스가 희생자들의 대피도 방해해 피해 규모를 키우기도 한다.

12년 전에도 경기도 이천에서 샌드위치 패널이 유사한 참사를 낳은 적 있다. 2008년 1월7일 냉동창고 화재 참사에서도 창고 안 57명 중 40명이 숨졌다.

제도 개선 나선 정부…창고·공장 등 샌드위치 패널 못 쓰도록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뉴스1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매번 화재 원인으로 단골 지적되는데도 샌드위치 패널은 비용 문제로 계속 널리 쓰여왔다.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 돼 온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날 화재사고 예방과 근원적 대책 마련을 위한 건설안전 혁신위원회 2기 킥오프 회의(장관 주재)를 열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창고·공장 등에서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하와 같이 환기가 취약한 공간에서는 유증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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