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실업률 폭등에도 랠리…뉴욕증시 3주만에 상승 마감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5.0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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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

최악 실업률 폭등에도 랠리…뉴욕증시 3주만에 상승 마감


뉴욕증시가 3주 만에 처음 주간 기준으로 상승 마감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이 발표됐지만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넘어서진 않았다. 미중 양국 간 대화로 무역전쟁 재발 위험이 낮아진 것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증시, 암울한 지표 대신 경제 재가동에 관심"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455.43포인트(1.91%) 뛴 2만4331.32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48.61포인트(1.69%) 상승한 2929.8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41.66포인트(1.58%) 오른 9121.32를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 간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2.6%, 3.5%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무려 6%나 뛰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주간 기준으로 오른 것은 3주 만에 처음이다.



유럽증시도 올랐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3.07포인트(0.91%) 오른 341.05로 마감했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암울한 경제지표와 실적의 쓰나미를 무시하고 점진적 경제활동 재개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텅 빈 뉴욕 타임스퀘어텅 빈 뉴욕 타임스퀘어
실업 통계 72년 만에 최악…시장 예상보단 양호
미국의 실업률은 공식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14.7%로 급등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상당수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서다. 전문가들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실업자들이 많다며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에선 비농업 부문 일자리 2050만개가 사라지며 실업률이 전월 4.4%에서 14.7%로 뛰었다.

1948년 공식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수치다. 종전까지 최대 기록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당시 10.8%였다.

공식 통계 이전이지만 대공황 시절인 1933년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25%, 농업 부문을 제외한 실업률은 37%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발표된 실업률은 당초 시장이 우려한 수준보단 양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전문가 평균 전망치는 16.1%였다. 이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들은 상승 출발했다.

비숙련·파트타임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 23%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제 실업률이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은 "이번 고용 통계는 4월 중순까지 상황을 반영한 것인데 그 이후에도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4월26일~5월1일) 316만9000명이 새롭게 실업수당을 청구했다. 최근 7주 사이 약 33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또 손 교수는 "실업자로 간주되려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감염 위험으로 구직 자체를 포기한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연방정부에서 보조금까지 나오면서 사람들이 구직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도 일자리를 잃었음에도 실업수당 청구할 능력이 없는 등의 여러 이유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이 최대 1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숙련 노동자이면서도 비숙련 노동 또는 파트타임에 머물러 있는 이들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실업률, 즉 불완전고용률(underemployment rate)은 전월 8,7%에서 무려 22.8%로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3분기엔 회복세로 전환될 것"
문제는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 최대 47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이 32%까지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률과 관련,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3/4분기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우린 인위적으로 경제를 닫았지만 일자리가 곧 회복되고 내년엔 경이로운 해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의지 재확인
최근 무역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무역전쟁 재발 위험에 휩싸였던 미국과 중국이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시장엔 호재가 됐다.

중국 관영 CCTV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 류허 부총리는 이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대로) 2000억달러(약 245조원) 상당의 우리 상품을 사지 않는다면 우리는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중국이 무역합의를 지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합의 내용을 중국이 지키고 있는지 파악해 1~2주 내 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이 미국산 상품 구매 합의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지난 1월15일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대신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물 등 미국산 상품 2000억달러 어치를 추가 수입키로 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백악관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야당과 큰 이견"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미국의 5차 경기부양책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의 협상이 양측 간 큰 의견 차이로 중단된 것은 투자심리에 부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정부는 의회와의 경기부양책 관련 대화를 중단했다"며 "백악관과 의회 사이의 큰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각 주의 경제활동 재개가 이달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하원을 장악한 야당인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주 정부들과 우편국을 지원하기 위한 약 1조 달러(약 1220조원) 규모의 5차 경기부양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뉴욕주 등 지원 대상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지역들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의회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슈퍼 경기 부양책을 포함해 4차례에 걸쳐 총 3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승인한 바 있다.

美 원유 시추공 급감…국제유가, 2주 연속 랠리

국제유가는 2주 연속으로 랠리를 이어갔다. 미국의 산유량을 보여주는 원유 시추공 수가 11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무너진 수급 균형이 복원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1.19달러(5.0%) 오른 24.7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 2주일 연속 상승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9시42분 현재 배럴당 1.51달러(5.13%) 뛴 30.97달러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가 8주 연속 줄었다는 소식이 기름값을 밀어올렸다. 원유정보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시추공 수는 전주보다 33개 줄어든 292개로 집계됐다.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천연가스까지 포함한 시추공 수는 34개 줄어든 374개로 80년 통계 역사상 최저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내렸다. 이날 오후 4시47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장보다 19.60달러(1.14%) 하락한 1706.6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도 약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13% 내린 99.7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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