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267억↑"…자사주 산 회장님들, 수익 1등 누구?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소연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20.05.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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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 폭락장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회장님'들이 4월 반등장 속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안정, 경영권 강화, 알찬 투자열매까지 1석3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249,500원 ▼500 -0.20%)현대모비스 (240,500원 ▼3,500 -1.43%) 주식을 대거 매입해 27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66,800원 ▲800 +1.21%) 회장도 자산이 41억여원 늘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롯데지주 (27,150원 ▲100 +0.37%) 주식이 급상승한 덕에 8억여원을 벌었다.



"한달만에 267억↑"…자사주 산 회장님들, 수익 1등 누구?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23일부터 27일 사이 현대차 주식 58만여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30만여주를 사들였다. 매입 단가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총 매입 금액은 각각 406억원, 411억원에 달한다.

두 종목은 지난달 상승을 거듭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가 7만원이 깨지는 등 주가가 바닥권으로 떨어진 시기에 주식을 매집한 덕에 반등 폭이 고스란히 투자수익률이 됐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정 수석부회장이 매입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식 가치는 각각 549억원, 535억원으로 늘어 한달여만에 주식 차익으로 267억2780만원을 얻게 됐다. 투자수익률은 30%를 웃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한국금융지주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은 지난 3월25일과 26일 85억7975만원을 들여 26만3000주의 자사주를 샀다.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이 주식의 가치는 127억5550만원까지 늘었다. 1개월여 사이 41억7575만원을 번 것으로, 수익률은 48.7%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가 경영권 분쟁 이슈로 급등한 덕에 투자 대비 효율이 좋았다. 신 회장은 지난 3월20일 롯데지주 4만7400주를 9억9786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18억3675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수익금액은 8억3889만원, 수익률은 84%에 달한다.

오너 일가는 물론, 자사주를 매입한 경영진들도 대부분 돈을 벌었다. 최정우 POSCO (394,500원 ▲2,000 +0.51%) 회장은 지난 3월17일 자사주 615주를 매입해 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구현모 KT (34,500원 ▲400 +1.17%) 사장도 지난 3월20일부터 24일 사이 5234주의 자사주를 사들여 25%의 수익률을 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60,000원 ▲3,400 +6.01%) 회장은 19%, 김기홍 JB금융지주 (13,110원 ▲200 +1.55%) 회장은 17.3%, 김지완 BNK금융지주 (8,390원 ▲40 +0.48%) 회장은 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제공=롯데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제공=롯데
반면 주가가 예상보다 오르지 못해 손해를 본 임원들도 있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14,350원 ▲330 +2.35%) 회장은 지난 3월6일과 지난달 10일 총 857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1만주 매입했지만 지난 8일 기준 500여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김성현 KB증권 사장도 지난 2월말 1억9000여만원을 들여 KB금융 (76,000원 ▲6,700 +9.67%) 주식을 5000주 샀지만 3000만원 가량 손실 상태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주식을 산다면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더 떨어져 바닥권이라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에게는 주가 하락기가 경영권 강화를 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한다. 일반적인 시세보다 저렴하게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자사주 매입은 2015년 이후 5년만이고, 김남구 회장은 2008년 이후 12년만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최대주주나, CEO가 사재를 털어 자사주를 사는 것은 회사 경영실적과 주가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주가 하락기에 자사주를 산다면 저렴하게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추후 승계에도 더 편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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