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던 디즈니는 어떻게 ‘미디어 제국’이 됐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5.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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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디즈니만이 하는 것’…밥 아이거 회장이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침몰’하던 디즈니는 어떻게 ‘미디어 제국’이 됐나


밥 아이거는 1951년 뉴욕 롱아일랜드의 노동자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주말에는 피자헛에서 피자를 굽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케이블 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우연히 ABC 방송국에 입사한다. 일일연속극 스튜디오 막내로 현장 경력을 쌓은 그는 ABC스포츠로 옮겨 승진을 거듭해 41세 나이로 ABC 사장으로 취임한다.

대형 방송사 사장이 된 그는 ‘천재소년 두기’ ‘뉴욕경찰 24시’ 등 당시 공중파 방송들이 도전하지 않던 화제작을 만들어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1위에 오르자, 할리우드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낯선 사장’에 대한 호감도 함께 상승했다.



ABC가 디즈니에 인수된 후 그는 디즈니의 6번째 CEO로 경영을 맡았지만, 디즈니는 사실상 침몰 중이었다. 오래된 버전의 동화 속 애니메이션은 관객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갔고, 평면적 화면 속 진부한 스토리는 과거 영광에만 머물러있었다.

아이거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CEO직을 맡으면서 집중한 것은 단 3개 키워드였다. ‘품질’ ‘기술’ ‘글로벌’이 그것.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진 디즈니애니메이션을 구하기 위해 그는 ‘디즈니 전 회장 마이클 아이즈와의 불화로 파탄 지경에 이른)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를 회복해 픽사를 인수하고(품질), 디즈니 플러스라는 미래를 대비하고(기술), 인도와 유럽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21세기폭스를 끌어들였다.(글로벌)

’백설공주‘ 같은 전통동화에 머물던 디즈니가 ’토이스토리‘나 ’인크레더블‘ 같은 픽사의 획기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난 건 이 같은 회장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시가총액 300조원, 세계 1위 미디어그룹이라는 명성 하나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어벤저스:엔드게임’부터 ‘겨울왕국2’까지 전 세계 흥행 톱 10 중 7편이 디즈니 작품이고 그 7편이 거둔 수익 총액은 11조원을 훌쩍 넘겼다.


넷플릭스의 신기술 대항마로 나선 디즈니 플러스의 첫날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고 5개월 만에 5000만명을 넘겼다.

책은 아이거 회장이 197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45년간 20가지 직무, 14명의 직속상사를 만나 경험한 이야기들을 통해 콘텐츠, 미디어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제품이든 인재든 고결함과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시했다고 밝힌다. 그는 “당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다면 그것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라”고 강조한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로버트 아이거 지음. 안진환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416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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