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일을 공휴일로…獨 5월8일 '파시즘 해방의 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5.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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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AfD 공휴일 지정 반대 "독일의 큰 상실 상징하기도"

독일 베를린 트렙타워 공원에 위치한 5000명의 러시아군 희생을 기리는 기념 동상. /사진=AFP독일 베를린 트렙타워 공원에 위치한 5000명의 러시아군 희생을 기리는 기념 동상. /사진=AFP


한국에서 5월8일은 부모님에 감사를 표하는 '어버이날'이지만, 독일에서는 '파시즘에서 해방된 날'이다.

1945년 4월30일에 나치 독일의 지도자였던 아돌프 히틀러는 지하 벙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치 독일은 5월8일에 무조건 항복을 했다. 독일은 이날을 "파시즘에서 해방된 날"로 기념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최근 독일에서는 5월8일을 맞아 이 날을 국정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 독일 역사를 기념하는 유일한 공휴일은 1990년 통일독일이 된 날을 기념하는 10월 3일뿐이다.



매년 이날 기념행사를 기획하는 모리츠 반 뒬멘은 "우리가 (공휴일 지정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이라면서 "특히 독일 역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과 이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두명의 10대 아들을 둔 베를리너 티나 마이클은 "최근 독일 학교에서 역사학과 지리학이 통합되는 등 교과 과정이 축소됐기 때문에 이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에스더 베자라노(95)는 메르켈 총리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5월8일을 전국적인 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그는 "공휴일 지정은 많은 독일인들이 5월8일 나치로부터 독립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이 제안을 지지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상태다.

하지만 극우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는 5월8일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대표는 "이 날은 양면성을 지닌 날"이라면서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의미했을 수 있지만 '독일의 무조건 항복'과 '독일의 큰 부분의 상실'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외부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지만 몇몇 기념식은 온라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BBC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전쟁과 폭정의 희생자들을 위해 화환을 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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