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점 차' 방사광가속기 유치전, 청주가 두가지서 앞섰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5.0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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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사진=충북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사진=충북


반도체·신약 등 미래산업연구 핵심장비로 주목받는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가 충북 청주시로 결정된 데에는 ‘지리적 접근성’과 ‘연관산업 형성’이 좋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8일 오전 세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열린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 브리핑에서 이명철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이하 선정위) 위원장(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은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지리적 여건과 연관사업 형성에서 청주시가 나주시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발표평가에서 청주(90.54점)와 나주(87.33점)는 3.21점이란 근소한 차로 1·2 순위가 갈렸다. 7일 현장점검에서 결격 사유가 없으면 1순위가 그대로 방사광 가속기 사업권을 따내게 된 상황에서 선정위는 계획서와 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 1순위 청주에 사업권을 안겨줬다.
이명철 부지선정평가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세종시 어진동 과기부 브리핑실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충북 청주시 선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이명철 부지선정평가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세종시 어진동 과기부 브리핑실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충북 청주시 선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청주는 지리적 여건·발전 가능성·부지 안전성 등의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선 청주는 접근성 측면에서 타 지역 후보지들보다 월등히 유리했다. 고속도로와 고속철(KTX), 청주국제공항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또 인근 40~50분 거리에 있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한데 모여 있어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국내외 대학 및 민간연구소의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 이 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진과의 공동·협업연구의 기회도 함께 노려볼 수 있다는 점도 선정의 이유로 작용했다
'3.21점 차' 방사광가속기 유치전, 청주가 두가지서 앞섰다
가속기를 활용할 업체들이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가점도 얻었다. 청주 오창과학산단은 지난해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됐고, 국가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오송생명과학산단과 인접해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오창에는 260개 바이오기업, 90개 반도체 관련 기업, 657개 화학기업이 모여있다. 충북도는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첨단산업분야의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청주시가 제시한 가속기 구축 후보지인 오창TP(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는 단단한 암반 지대(흑운모 편마암)로 지반이 변형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고려됐다. 충북은 최근 20년간 규모 3.0 이상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안전한 지역이다. 지진, 홍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질학적 안정성 부문을 충족시킨다.
나주 방사광 가속기 조감도/자료=전남도나주 방사광 가속기 조감도/자료=전남도
반면, 전남 지역은 최근 군집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 이 같은 조건에서 불리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이명철 선정위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최근 일어난 전남 지진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주는 배후도시 인구가 85만 명에 달해 정주여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국내엔 경북 포항에 3세대(원형), 4세대(선형) 방사광가속기 2대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 근방 경북 경주시엔 양성자가속기 1대가 운영 중이다. 이처럼 영남권에 가속기가 몰려 수도권·중부권의 가속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 전남 나주는 방사광가속기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호남권의 연구개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전남대·전북대 등 호남지역 대학과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호남권 대학과 방사광가속기가 연계되면 첨단 연구 역량이 높아져 미래 핵심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했지만 아쉬운 고배를 마셨다.

앞서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공모사업엔 충북 청주, 전남 나주를 포함해 강원도 춘천, 경상북도 포항 등 총 4개 지자체가 유지의향서·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중 청주와 나주가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충청북도, 청주시와 조만간 구체적인 지원 조건과 사업 추진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마련하고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이달 중 신청할 계획이며, 늦어도 2022년엔 착공해 2028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할 때 만들어지는 엑스레이나 극자외선 등 다양한 빛을 이용해 물질의 구조·특성 등을 파악하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바이오·반도체·디스플레이·신약개발 등 미래 성장산업의 필수장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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