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하이트진로 장남 집행유예…법원 "경제질서 훼손"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0.05.07 16:45
글자크기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편법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창규 전 상무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이트진로 법인에게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안 판사는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현저히 낮은 대가로 인력을 제공해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며 "이 사건 지원 행위는 서영이앤티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의 경쟁자를 배제하며 신규진입 억제 효과를 창출해 부당성 요건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오직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으로 참작할 동기가 안 보인다"면서 "결국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비용을 보전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공정거래법 취지를 훼손하고, 헌법의 공정과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경제의 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결심공판 당시 검찰은 "공정거래법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했기에 시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박 부사장에 대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박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박 부사장은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며 "법을 더욱 잘 지켜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박 부사장 등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는 방법 등을 통해 총 43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으로 박 부사장이 인수해 5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7000만원, 삼광글라스에 12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