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말고 '구리' 투자해볼까…한달새 40% 껑충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5.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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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금속 제조업체 풍산이 제조하는 동관 제품. /사진=풍산 홈페이지비철금속 제조업체 풍산이 제조하는 동관 제품. /사진=풍산 홈페이지


최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원유 파생상품과는 달리 구리 파생상품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리 가격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표적인 경기선행 지표로 꼽히는데, 코로나19(COVID-19) 이후 경제 재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리 가격도 상승 추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구리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6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연결물) 가격은 전일 대비 파운드(0.45kg)당 0.01달러(0.43%) 오른 2.35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구리 가격 역시 올해 고점 대비 26% 가량 급락했지만 현재는 저점이었던 지난 3월 23일 2.12달러보다 10% 이상 반등한 가격이다.

구리는 열과 전기 전도율이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세계 여러 곳에서 쉽게 채광할 수 있는 금속이라는 점 때문에 건설, 기계, 제조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구리 가격은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향후 경기 방향을 살펴보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예측 정확도가 높아 '닥터 코퍼'(Dr.Copper)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3월 구리 가격이 급락했던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공장이 멈추고 수요가 위축되면서 산업 필수재인 구리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세계 구리 공급량의 40~50%를 소비하는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19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경기 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구리 가격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직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는 증가 추세지만 이곳에서도 머지않아 경제가 재개되리란 기대감이 높다.

향후 경기를 전망할 수 있는 지표로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있는데, 50 이상이었던 중국의 PMI지수는 2월 35.7로 급락한 뒤 한 달만인 지난 3월 52로 회복했다. 4월 PMI도 50.8을 기록했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4월 PMI는 41.5를 기록했지만 시장 전망(36.9)보다는 나은 수치를 보여 향후 경기 개선 기대감을 높인다.


경기 활성화 기대감이 높을수록 구리 가격도 올라간다. 특히 최근에는 수요 대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도 나온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전세계 구리 생산량의 28%를 차지하는 칠레에서는 국영 구리 생산기업 코델코(Codelco)가 계약직 근로자의 30%를 휴무 조치 하는 등 광산 가동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구리 생산량 2위 페루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광산의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구리가격 상승 가능성은 높다"며 "당장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을 뿐 아니라 광산 생산량 개선 프로젝트 진행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리 가격이 상승한 덕에 이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특히 같은 원자재 섹터에 있는 원유는 가격이 폭락한 것과는 달리 구리는 안정적인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투자 수요도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구리 가격을 기초로 상장된 ETN(상장지수증권)·ETF(상장지수펀드)는 총 8종이다. 구리 선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는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과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이 있다.

1배수로 움직이는 상품으로 '신한 구리 선물 ETN(H)', 'KODEX 구리선물(H) ETF'가 있고,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삼성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H)' '신한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도 있다.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의 가격은 현재 6590원으로 지난 3월19일 저점 대비 38% 올랐고,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도 같은 기간 29% 상승했다. 1배수 상품들도 이 기간 모두 16~19%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는데, 1배수와 레버리지 상품 5종의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총 5억6188만원으로 지난 3월 2억1166만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구리 역시 원유 상품과 마찬가지로 레버리지에 투자금이 몰렸다. 삼성 레버리지와 신한 레버리지의 4월 거래대금이 각각 2억9838만원, 1억172만원으로 전체의 71.2%를 차지했다.

구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올해 1분기 1톤당 5779달러에서 내년 3분기에는 6241달러로 8% 가량 상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구리 선물 역시 만기가 있고, 롤오버(만기가 된 선물을 만기가 남은 선물로 교체하는 것)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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