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코로나 확진에도 공장 80% 계속 돌린 독일, 비결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5.0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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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 본사 및 생산공장. /사진=AFP독일 폭스바겐 본사 및 생산공장. /사진=AFP


유럽 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해 온 접촉제한조치를 서서히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은 독일이 국가 봉쇄 기간 중에도 생산 공장 가동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독일 팬·모터 전문기업 이비엠팝스트의 스테판 브랜들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점차 해제되고 있는 6주간의 국가 폐쇄 기간 동안 우리 회사는 국내 공장을 정상 가동률의 80%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내 6700명 직원들 중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철저한 위생 및 진단검사 실시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운영되고 있는 많은 독일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하기 전에 수주일간의 대비 기간을 뒀다. 중국에서도 생산공장을 3곳 운영 중인 이비엠팝스트는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지난 2월 독일 본사에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마스크 구매를 요구했다. 또 같은 조의 근로자들이 항상 함께 일하도록 새로운 근무 교대 패턴을 짜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할 것을 지시했다.

기업의 자체적인 코로나19 대응 지침 덕분에 대부분 독일 내 생산공장은 계속 가동될 수 있었다. 독일 뮌헨 소재 싱크탱크인 독일경제연구소(IW)의 조사에 따르면 국가봉쇄 기간 동안 독일의 전체 생산공장 중 80%가 계속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25%만이 기존 생산투자계획을 취소했다.



클레멘스 푸에스트 IW 연구소장은 "독일은 부채가 낮고 완충자본이 충분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회복이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가장 느슨한 제한 조치에도 치명률 '최저'
오는 11일(현지시간) 재개관을 앞둔 독일 베를린 소재 독일역사박물관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AFP오는 11일(현지시간) 재개관을 앞둔 독일 베를린 소재 독일역사박물관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AFP
앞서 지난 3월 16일부터 독일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접촉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비필수 사업장과 사무실을 폐쇄하고 자택대피명령을 내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는 달리 각급 학교와 생필품점을 제외한 일반 상점 운영만 금지하는 보다 느슨한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 독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현저히 낮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기준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6만8162명이며 사망자 수는 7275명이다. 치명률로 따지면 4.3%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인구 백만명당 79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이탈리아는 463명, 프랑스는 364명, 미국은 191명"이라고 전했다.

이에 독일도 그간의 접촉제한조치를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16개 주 총리는 원격 회의를 하고 매장 규모와 관계없이 상점의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과 미술관, 식물원 등의 시설도 문을 다시 열 수 있도록 했다. 프로 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는 이달 중순 이후 무관중으로 경기가 재개될 전망이다.

기업에 공장 운영 여부 자율권 부여…"회복 빠를 것"
스테판 웨일 독일 색소니 주지사가 폭스바겐 생산공장을 방문해 공장 매니저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스테판 웨일 독일 색소니 주지사가 폭스바겐 생산공장을 방문해 공장 매니저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WSJ는 "독일의 기업 내 노사공동결정제도가 코로나19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기업의 생산가동률과 임금산정 등에 대해 특유의 '연대원리(Solidaritatsprinzip)'에 입각해 노사가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공장 문을 열지 여부에 대해 기업에 자율권을 줬다.

여기에는 주 정부 차원의 노력도 있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와 포르쉐 등 수천 개의 제조업 생산공장이 위치한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일찌감치 코로나 대응에 나섰다.

만프레드 루차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보건장관은 "우리는 빠르고 일관된 봉쇄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 전체에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160개 특별 진료소를 설립해 병원 내 감염을 막고 감염자 추적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염자 추적 업무를 맡은 공무원 인원은 최초 560명에서 현재 3000명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돼도 상대적으로 더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독일 경제가 올해 6.5% 수축하지만 내년 다시 5.9%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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