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에도 더 낮아진 눈높이…'반전' 기업에 주목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5.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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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에도 더 낮아진 눈높이…'반전' 기업에 주목


예상보다 선전한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에도 증권가의 표정은 밝지 않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실적 충격은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추정치가 반등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이제는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컨센서스(실적 전망치)가 집계된 12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18조6593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5.7% 높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크게 낮아졌지만 실제 실적은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나쁘진 않았던 것이다.



125개 기업 중 컨센서스 대비 10% 이상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한 기업이 57곳, 10% 이상 하회한 '어닝 쇼크' 기업은 41곳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한 곳이 더 많았다.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 (183,000원 ▲4,800 +2.69%)를 비롯해 LG이노텍 (196,700원 ▼800 -0.41%), LG생활건강 (380,000원 ▼6,500 -1.68%),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미래에셋대우 (8,060원 ▼70 -0.86%), 한국조선해양 (118,400원 ▼1,800 -1.50%), 효성화학 (62,800원 ▲800 +1.29%) 등이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선전했던 이유로는 코로나19 영향이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았고, 수출 위주 기업의 경우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서 이익이 개선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여전히 내리막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1분기보다 2분기가 '진짜'라는 분석때문이다. 국내에선 3월초부터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3월중순부터 확산이 시작돼 지난달 경제 '셧다운'이 본격화했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496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0.2% 감소에 그쳤지만 지난달 수출은 24% 감소한 369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로 99개월만에 적자전환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계속 조정 중이다. 컨센서스가 집계된 216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26조5646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6.7% 줄었고, 1주일 동안에도 4%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연간 추정치 하향 조정도 계속된다. 컨센서스 집계 270개 상장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132조9596억원으로 1주일 전보다 1.95%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물품들이 화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물품들이 화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하지만 주가는 실적과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주가는 이미 쇼크를 경험했기 때문에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것을 먼저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코스피는 1900선을 웃돌고 있는데, 12개월 전망 PER(주가순수익비율)는 역대급 고점인 11배에 육박했다.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 지수 역시 12개월 전망 PER 20배 수준으로 평소 16배보다 고평가 상태다.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실제 실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실적 추정치가 반등한 기업에 주목한다. 실적 전망이 바닥을 지나 상승세로 돌아서면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사라지고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간 영업이익 전망이 최근 일주일 동안 반등한 기업은 삼성생명, 메리츠증권, 두산인프라코어, 한국항공우주, 한국조선해양, HDC현대산업개발, 효성화학 등 15곳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연간 영업이익 전망이 1달 전 1914억원에서 1주일 전 533억원으로 급락했지만 현재는 654억원으로 다시 상향 조정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저금리 등으로 인한 생명보험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자본적정성과 다양한 비이자 수익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삼성생명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모회사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도 최근 실적 추정치 하향을 멈췄다. 1분기 영업이익이 1810억원으로 추정치를 13%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실현하면서 올해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시장점유율 6.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굴삭기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국항공우주(KAI)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494억원으로 1주일 전보다 3.3%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민항기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등 방산 부문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환율 효과도 기대 요소다.

이밖에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 전망은 1주일 전 대비 5.9% 상승했고, HDC현대산업개발 2.8%, 효성화학 2.7%, 삼성엔지니어링 1.2%, SK머티리얼즈 1.1%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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