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울산으로 돌아섰다" 리쇼어링 도화선 불붙을까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5.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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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베트남공장 야경/사진=효성효성 베트남공장 야경/사진=효성


2007년 당시 전략본부장이었던 효성 (58,400원 ▲100 +0.17%) 조현준 회장은 오랜 검토 끝에 베트남을 '제2의 생산기지'로 낙점했다. 중국이 값싼 인건비를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퍼부었다. 한국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베트남 같은 저비용 국가로 옮겨가야 했다.

이후 효성은 베트남에서 2014년부터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안착했다. 그럼에도 타국에서의 사업은 늘 부담과 변수가 많았다. 코로나19(COVID-19)로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내려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효성이 베트남 아라미드 생산라인 건설 계획을 울산 공장으로 유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장기 관점에서 이제 리쇼어링(해외진출 산업기지의 국내 유턴)이 해외 진출보다 불리하지 않다는 인식이 배경이다.

효성의 리쇼어링은 다른 업체에게도 모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발 부품 공급이 끊기며 현대차 울산공장이 일제히 '셧다운'(일시 가동중단) 됐다. 이젠 기업들도 소재·부품·장비의 지나친 해외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이런 실태를 잘 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민관합동유턴지원반'을 출범시키고 리쇼어링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게 각종 보조금과 인센티브 확대, 환경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정부는 조만간 리쇼어링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리쇼어링 기업들의 국내 복귀 허들을 낮춰주려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실질적인 규제 개선과 지원 확대가 나온다면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리쇼어링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순기능이 크다. 효성은 지난해 총 1조원 규모의 탄소섬유 투자를 선언하고, 전북 전주에 이미 설비 증설을 하고 있다. 최근 울산 용연공장 인근에 추가로 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을 짓기로 했다. 리쇼어링 측면에선 효성이 모범생이다.


아라미드 설비의 국내 유턴은 효성 입장에선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효성은 베트남에서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외국 투자기업으로 통한다. 북부를 중심으로 투자한 삼성과 달리 경제 수도인 호치민시 인근 동나이성을 중심으로 투자 반경을 넓혀왔다.

이런 효성이 베트남 대신 최첨단 소재의 국내 설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오너와 경영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나오기 힘들다.

대기업 유턴은 전기·전자 차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더 확산될 수 있다. 단적으로 LG전자는 협력사의 국내 리쇼어링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국산화·스마트화를 중심으로 한 공장설비 지원은 물론 기술료 중심의 통상정책 전환 등 전면적인 리쇼어링 지원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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