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등으로 높은 괴리율이 해소되지 않으면 추가 거래정지가 이뤄지지만 그럼에도 '유가는 오른다'는 확신 속에 투자금이 밀려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간 거래가 정지된 삼성·QV ETN의 경우 유가 폭락분 만큼의 하락이 이뤄지지 않아 낙폭이 더 컸다. 당시 거래가 재개되는 6일에 하한가를 맞더라도 여전히 지표가치(IV)보다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암울한 전망이 주를 이뤘다. 원유선물 ETN은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수익률, 즉 지표가치를 ETN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도록 설계됐는데 실제 유가 수익률보다 ETN이 고평가돼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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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뚜껑을 열자 오히려 괴리율과 함께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이 20% 이상 폭등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4.17달러(20.45%) 뛴 24.5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유가 반등 기대감은 폭발적이었다. 미래ETN의 경우 전거래일 대비 760원(+59.84%) 오른 203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괴리율은 80% 이상으로 오히려 벌어졌다.
이 밖에도 신한ETN은 전거래일 대비 105원(+33.87%) 오른 415원, QV는 20원(4%) 오른 5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일하게 삼성ETN만 115원(-13.77%) 떨어진 7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유선물 수익률을 반영한 지표가치는 여전히 100원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온전히 투자자들의 수급만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이 같은 주가상승에 괴리율도 치솟았다. 삼성ETN의 경우 가장 높은 267%를 기록하고 있고 △QV 261% △신한 171% △미래 81% 순이었다. 앞서 거래소는 괴리율 30%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3매매일 거래정지→1매매일 단일가매매' 방식을 무한반복하기로 한 데 따라 이들 4종목은 내일부터 다시 거래가 정지된다. 다음 거래재개일은 오는 12일이다.
◇언제까지 이 같은 상승세 이어질까
(카라카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속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주유소에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AFP=뉴스1
6일 오후 3시 현재 삼성레버리지ETN의 실시간 지표가치는 195원이다. 만약 다음 거래일에 원유선물 가격이 50% 상승했다고 가정하자. (롤오버를 통해 현재 6월물이 아닌 7월 또는 8월물을 추종하고 있지만 간단한 설명을 위해 이를 생략한다)
레버리지형이므로 지표가치도 2배인 100% 오르면서 390원이 된다. 유가는 어떻게 변할까. 6일 같은 시간 WTI유 6월 인도분은 24.5불 선에 거래 중이다. 유가는 50%(12.25불) 상승해 36.75불이 된다. 이 가격은 2021년 12월물(35.25불)보다 높을 만큼 큰 증가 폭이다.
쉽게 말해 유가가 역대 최대로 오른다고 해도 삼성레버리지ETN의 지표가치가 지난 3월 가장 높았던 ETN의 시장가격 9310원은 물론 3000원대도 오르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레버리지ETN 거래는 기업가치가 사실상 소멸된 기업을 두고 투자자 수급만으로 가격을 뻥튀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ETN 투자자들한테 바라는 것은 '제발 이성을 찾아 합리적으로 투자해달라'는 것"이라며 "더 이상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