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1만건 팔린 치매보험, 왜 다시 잘 나가나 봤더니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5.0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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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1만건 팔린 치매보험, 왜 다시 잘 나가나 봤더니


한동안 판매가 잠잠하던 치매보험이 올 들어 다시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손해보험회사가 무해지 환급금 보험상품(이하 무해지보험)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그러나 마치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판매한 경우도 적지 않아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9개 손보사는 올 1분기에 총 11만2254건의 치매보험을 판매했다. 이중 무해지보험은 9만5298건이다. 전체 치매보험 판매의 약 85%에 달한다.



특히 NH농협손해보험은 1분기에만 5만1352건의 무해지 치매보험을 판매해 나머지 8개사의 판매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삼성화재(1만7390건), DB손해보험(5921건), 한화손해보험(5022건) 등도 주로 무해지상품으로 치매보험을 팔았다.

무해지보험은 기본형 상품보다 20~30%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중간에 해지하면 일부 환급금을 돌려주는 기본형과 달리 환급금이 전혀 없어 그동안 보험료로 얼마를 냈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납입 기간과 납입보험료를 다 채운 후 해지하면 해지환급률이 높아 원금보다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적금 이율과 비교하면서 판다는 점이다. 판매 과정에서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하는 셈이다.

반대로 중간에 해지할 경우는 보험금을 못 받는다는 사실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에는 일부 보험사들이 무해지 종신보험을 마치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일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나서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손보사들은 생보사와는 달리 종신보험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급률이 높은 치매보험을 통해 무해지보험을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보장성상품인 치매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팔거나 치매 진단 등에 대한 보장보다 장기간 보험료를 낸 후 계약을 해지하면 은행 이자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식의 판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해지 치매보험 판매를 가장 적극적으로 한 농협손보의 경우 농촌 지역 고령자들의 소비자피해와 민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5년 안에 신규계약의 50% 가량이 해지될 정도로 해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협 조합원들의 경우 보험 해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판매 단계에서 저축성보험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현재 환급금을 아예 주지 않는 무해지 상품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무해지보험 상품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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