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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커진 '빚투' 9조원대로...하필 베팅종목이 인버스·원유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5.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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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코로나19(COVID-19) 여파에도 코스피가 상승장을 이어가자 빚을 내 투자하는 일명 '빚투'도 다시 9조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수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와 원유상품들에 빚투가 집중됐는데, 대부분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신용융자잔고는 9조434억원으로 지난 3월1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9조원으로 회귀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며 반대매매가 급증하자 지난 3월 융자잔고는 6조4075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상승장에 다시 빚투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 빌린 금액이다. 주식 신용거래는 일정 보증금율(40~45%)을 맞추면 증권사에서 나머지 금액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방법을 말한다.



주가 상승기에는 융자를 레버리지 삼아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빚을 내 산 주식의 주가가 폭락해 대출받은 개인이 만기일(통상 3개월)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돈을 회수한다.

◇'빚투족'이 사랑했지만...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한 종목들은 무엇일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융자잔고 상위종목 중 코스피200 지수하락에 배팅하는 'KODEX 인버스 (5,260원 ▼55 -1.03%)' ETF(상장지수펀드)에 가장 많은 신용융자가 몰렸다.

융자잔고가 저점이었던 3월16일 114만주였던 이 상품은 한 달여만에 무려 1020만주로 9배 가량 뛰었다.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 (5,590원 ▼185 -3.20%)', 'TIGER 인버스 (5,865원 ▼60 -1.01%)' 상품들도 융자잔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원유상품도 뜨거웠다. 유가상승에 배팅한 'TIGER 원유선물Enhanced(H) (4,765원 ▲80 +1.71%)', 'KODEX WTI원유선물(H) (15,605원 ▲210 +1.36%)' ETF 상품들도 같은기간 대비 각각 7배, 26배 폭증했다. 특히 KODEX WTI 상품은 가장 큰 폭의 잔고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정반대였다. 신용거래를 가장 많이 한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모두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가장 가파른 잔고증가율을 보인 'KODEX WTI' 상품의 경우 -67.88%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TIGER 원유선물 상품도 -37.33% 손실을 보이며 신용거래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인버스 수익도 좋지 않았다. KODEX 인버스 종목은 -14.43%를 기록했고 △TIGER 코스닥150선물 인버스(-23.83%) △TIGER 인버스(-13.80%)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가파른 유가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지수하락 등을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면서다.

◇꼭 손실만 봤을까
원유와 지수상품들은 글로벌 차원의 높은 변동성에 노출되며 예상과 정반대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달리 개별종목들에 대한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의약품 제조회사를 자회사로 둔 대웅 (20,800원 ▲350 +1.71%)은 신용융자가 300% 넘게 증가했지만 주가가 100% 이상 오르며 용감하게 빚을 낸 이들의 배팅이 성공했다.

이밖에도 400% 이상 신용거래가 늘어난 태평양물산 (1,440원 ▲15 +1.05%)(+42.39%)과 함께 △유한양행 (53,700원 ▼300 -0.56%)(+13.34%) △DRB동일 (4,205원 ▲20 +0.48%)(+66.57%) △동일고무벨트 (6,090원 ▲140 +2.35%)(+95.13%) △MH에탄올 (7,750원 ▲60 +0.78%)(+11.93%) 등 두 자릿수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걱정은 반대매매
여의도 증권가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여의도 증권가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신용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대매매'다. 빚투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면 빚을 갚고도 남은 차액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손실액이 커 대출액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매매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폭락장 속에서 개인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3월16일부터 9월15일까지 6개월 간 증권사가 담보비율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증권사의 과도한 반대매매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 조치 직후 증권사들은 반대매매 자제조치를 시행하며 3월말에는 반대매매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최근 2000 가까이 오르는 등 안정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증권사들의 반대매매 유예, 신용융자 담보비율 하향 등의 조치가 원상복귀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시장이 변동성에 많이 노출돼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투자와 함께 신용거래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되도록이면 지금 같은 장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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