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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지만'…원유ETN, 그때 거래정지했다면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5.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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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뉴스1) 이동원 기자 =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이 확산하는 데다 국제 유가 30% 폭락 등 영향으로 9일(현지시각) 급락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2013.76포인트(7.79%) 급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 AFP=뉴스1(AFP=뉴스1) 이동원 기자 =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이 확산하는 데다 국제 유가 30% 폭락 등 영향으로 9일(현지시각) 급락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2013.76포인트(7.79%) 급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 AFP=뉴스1






악몽의 시작은 지난 3월 9일이었다.


이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24.6% 폭락했다. 1991년 1월 17일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바다 건너편 한국에도 균열이 일었다. 원유선물 변동성에 두 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ETN(상장지수채권)의 괴리율이 평균 40% 이상 치솟았다. 해당 종목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이다.

괴리율 확대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가 하락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가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과매수 때문이었다. ETN 가격과 원유선물 지표가격과의 괴리율을 좁혀야 할 LP(유동성공급자) 증권사는 매수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수 십 번의 추가상장도 매수 열기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레버리지ETN 투자자들이 지난 3월 9일 한국거래소의 선제적인 거래정지가 없었던 데에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4월 7일, 거래소는 5매매거래일 연속으로 괴리율 30%를 초과하는 종목을 거래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괴리율이 뭐길래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탱크의 '부유식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탱크 내 원유 저장량에 맞게 위아래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2020.4.22/뉴스1(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탱크의 '부유식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탱크 내 원유 저장량에 맞게 위아래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2020.4.22/뉴스1
괴리율은 ETN의 시장가격과 실시간 지표가치(IIV)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로 양수(+)인 경우에는 시장가격이 ETN의 본질적 가치인 지표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과대평가된 상품일수록 급격한 가격 하락 가능성도 높아진다.

쉽게 말해 원유선물 ETN은 추종하는 기초자산, 즉 원유선물의 수익률을 ETN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괴리율은 현재 거래되고 있는 ETN가격이 추종지수를 얼마나 반영하지 못하냐를 표현하는 수치다.

유가 변동성이 적었던 지난 1~2월에는 이 괴리율이 ±5%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LP들의 증권보유비중도 전체의 80~90%에 육박하며 가격조정도 원활히 이뤄졌다. 평화롭던 ETN시장에 매수세가 단기간에 폭발하자 거래소와 증권업계가 초기대응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이유다.

결국 4월 중순까지 수 십 퍼센트 괴리율이 한동안 유지됐고 지난 21일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벌어지며 레버리지ETN은 사실상 재기불능 상태가 됐다. 지표가치가 붕괴되면서 더 이상 유가 흐름을 추종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거래소는 왜 그 때 거래정지를 하지 못했나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거래소는 지난달 7일 처음으로 레버리지ETN 종목에 대한 거래정지를 예고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LP인 증권사의 정상적인 호가 제출이 어렵다는 것과 투자자보호다. 증권사가 수 십 차례 추가상장을 해도 매수세에 녹아내렸고 신규투자자 유입이 계속돼 추가피해가 예상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결과를 보면 거래소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선제적인 거래정지 조치로 투기과열을 진정시켰다면 결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투기과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LP의 증권비중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가운데 거래정지라는 초강수 조치를 내리는 것은 거래소 주장대로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3월 9일 괴리율이 커지면서부터 발행사를 통해 매일 투자유의공시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과열이 진정되지 않아 4월 7일 매매거래정지를 예고한 것"이라며 "거래정지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만이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미 떠난 '손실 열차'…시가총액 녹아내린다


'만약은 없다지만'…원유ETN, 그때 거래정지했다면
'손실열차'는 출발했다.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1545억원이 증발하며 시가총액 4345억원 규모의 4개 레버리지ETN은 홀쭉해졌다. 이날 일 주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삼성·QV ETN이 개장 직후 하한가(60% 하락)를 맞은 영향이다.


황금연휴 동안 거래가 정지된 4개 종목은 오는 6일 거래가 재개된다. 전망은 밝지 않다. 여전히 실제 원유선물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괴리율 때문이다.

4일 오전 10시 기준 괴리율은 △삼성 552.29% △QV 417.92% △신한 209.94% △미래 68.27% 등으로 이 수치를 30% 내로 좁히기 위해서는 현재 ETN 가격이 평균 50% 넘게 떨어져야 한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지나치게 고평가된 증권을 매수할 사람이 없어 손절매 기회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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