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열린 문, 다시 한번 '메이드 인 코리아'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20.05.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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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②시장보다는 밸류체인<5>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 로비에 설치된 세계지도 앞에 마스크를 착용한 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2020.3.25/사진=뉴스1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 로비에 설치된 세계지도 앞에 마스크를 착용한 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2020.3.25/사진=뉴스1


'칠레, 싱가포르, EFTA(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EU(유럽연합), 페루, 미국, 터키,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콜롬비아, 중미 5개국(파나마·코스타리카·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 영국,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들이다. 2004년 1만8252㎞ 떨어진 지구 반대편 나라 칠레를 시작으로 16년간 발효한 FTA가 16건이고, 최종 타결돼 발효를 기다리는 협정도 3건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제영토는 59개국으로 넓어졌다.

이들의 비중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7%가 넘는다. 정부는 현재 협상 중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말레이시아·필리핀·한중일 FTA 등을 포함해 2022년까지 전세계 GDP의 90%를 차지하는 70여개국과 FTA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리아 프리미엄'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 등과 '제5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4.2/사진=뉴스1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 등과 '제5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4.2/사진=뉴스1
탄탄한 글로벌 FTA 망(網)은 해외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의 경쟁력을 높인다. 관세·비관세 등 무역장벽을 낮춰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 한국이 FTA 지도를 확장하는 데 매달린 것도 그래서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FTA 강국'이 됐다.

이는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일 훌륭한 명분이기도 하다. FTA 체결국 간에는 특혜관세 적용은 물론 걸림돌이었던 각종 비관세장벽도 완화·해소돼서다. 무역장벽을 피해 현지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라면 굳이 공장을 해외에 둘 이유가 없다.


한국이 FTA 모범국으로서 미국, EU 등 선진시장과 FTA를 체결한 손꼽히는 국가라는 점도 중요하다. 사실상 이들 시장을 내수시장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EU와 FTA를 맺지 않은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해당국으로 수출할 때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에 적용하는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산 제품은 한·미 FTA와 한·EU FTA를 적용 받아 더 낮은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EU, 미국, 중국, 베트남 4대 FTA를 통해 제조업 양허품목에서 연간 28억7000만달러(3조5000억원)의 수출 관세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FTA는 시장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관세 등을 서로 철폐해 상대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일종의 안전판"이라며 "한국은 FTA를 상대적으로 많이 맺고 있어 여러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Made in Korea' 전성기가 온다"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프리뷰 인 서울(PIS) 2019’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섬유·패션산업 최대 전시회인 ‘프리뷰 인 서울(PIS) 2019’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국내외 424개(국내 215개, 해외 209개)사가 참가한다. 2019.8.28/사진=뉴스1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프리뷰 인 서울(PIS) 2019’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섬유·패션산업 최대 전시회인 ‘프리뷰 인 서울(PIS) 2019’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국내외 424개(국내 215개, 해외 209개)사가 참가한다. 2019.8.28/사진=뉴스1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기업은 국내복귀를 고려하는 주된 요인으로 해외 현지 인건비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87.8%)와 더불어 한국의 FTA 네트워크 및 브랜드 효과(53.6%)를 꼽았다. 한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생산할 경우, FTA 관세 혜택은 물론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 가치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코트라가 개최한 '2019년 유턴기업 간담회'에서 유턴기업인 조명업체 A사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구인난 등으로 현지 경영여건이 지속 악화돼 한국의 FTA 관세혜택과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활용, 미국과 유럽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복귀를 선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핵심 투자지였던 중국이 미중 통상분쟁에다 코로나19(COVID-19)발 셧다운(생산중단) 사태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메리트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국내 유턴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히 FTA 네트워크만 보고 국내 복귀를 선택하긴 사실상 어려운 만큼 이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한국의 우수한 FTA 네트워크는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라면서도 "실제 유턴까지 유도하려면 국내 세금이나 노동비용 등 기업환경을 잘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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