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언택트'도 잘 버텼다, 더 반가운 '어닝 서프라이즈'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5.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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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LG전자 등 전통업종 1Q 실적 서프라이즈 줄이어... 침체 국면 본격화에 서프라이즈 지속가능성은 '회의적'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머니투데이 포토DB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머니투데이 포토DB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폭락장세를 거치며 '언택트'(대면접촉 최소화) 관련주들과 전통 제조업 종목들의 차별화 현상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구조의 변화가 업종 내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올 1분기 실적 시즌에서 전통적 업군에 속하는 종목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기대치 이상의 실적시현)가 줄을 잇는다. 아직 실물경기 타격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잘 버틴 종목들이 잇따르는 자체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거느린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이 1355억원으로 컨센서스(복수 증권사 전망치 평균) 214억원에 비해 6.3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달 29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3조9446억원, 1217억원으로 컨센서스(매출 3조6949억원, 영업이익 756억원)를 모두 뛰어넘었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원자력발전소 설계 등 발전·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인 한전기술이 올 1분기 897억원의 매출에 74억원의 영업이익,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7억원, 18억원에 불과했다. 전력기기 등 제조사인 현대일렉트릭도 올 1분기 11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실제 잠정집계된 숫자는 플러스(+) 106억원이었다. 5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PP(폴리프로필렌) TPA(테레프탈산) 등을 만드는 화학업체 효성화학도 올 1분기 6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컨센서스였으나 11억원 순이익 흑자를 기록,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국내 주요 IT업체 중 하나인 LG전자 역시 컨센서스(순이익 3951억원) 대비 2.6배 수준인 1조25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2차전지 소재를 만드는 코스모신소재 및 포스코케미칼도 올 1분기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현대종합상사(무역 등) LG전자(IT) 한국항공우주(우주·국방) 아모레G(화장품) LG상사(무역 등) POSCO(철강) HSD엔진(조선) LG이노텍(IT) 현대로템(기계) HDC현대산업개발(건설) 등 '언택트'와는 거리가 먼 전통적 종목들이 증권가 올 1분기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증권가 컨센서스 대비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170% 가량 더 나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非'언택트'도 잘 버텼다, 더 반가운 '어닝 서프라이즈'
물론 '언택트' 종목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더 빈번히 나타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보안업체 윈스가 코로나19로 인한 트래픽 급증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게임업체 조이시티가 컨센서스의 4배에 달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제약업체 유한양행, 편의점주 GS리테일 등도 올해 들어 한껏 높아진 기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전통적 업종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지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1분기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4월 수출은 36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3% 급감했고 4월 무역수지도 9억5000만달러 적자로 99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했다"며 "전 세계 수요 붕괴와 공급망의 혼란, 커다란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주요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부진한 경제지표 발표가 이어지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재확인됐다"며 "부진한 경제상황은 향후 금융시장에서 지속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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