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신 코로나19戰 속으로…‘퍼스널 로봇’ 시대 온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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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20]③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로봇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전세계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착한 기술, 착한 활용(Good Tech, Good Use)’를 주제로 인류 문명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올바른 방법론을 제시해본다.

테미/사진=휴림로봇테미/사진=휴림로봇


# 서울 중량구 서울의료원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스마트 방역케어로봇 ‘테미’가 있다. 테미는 부착된 열화상카메라로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체온을 자동 측정한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발열 체크하라”는 음성과 함께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테미와 함께 운송로봇 ‘따르고(트위니)’는 의료진의 일을 거들었다. 따르고는 오염된 의료폐기물을 나르는 업무를 맡았다. UV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 응용시스템 업체 유버가 선보인 살균로봇은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한 음압병실에서 UV LED를 쏘며 방역 활동을 펼쳤다.

UV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 응용시스템 업체 유버가 선보인살균로봇/사진=유버UV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 응용시스템 업체 유버가 선보인살균로봇/사진=유버


코로나19 방역 현장 곳곳에서 활약하는 로봇 이야기다. 이들 로봇은 의료 현장에서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감염 위험이 높은 현장에서 의사·간호사 대신 투입돼 의료진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코로나19가 미래 로봇 기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진을 따라가고 있는 운송 로봇 '따르고'/사진=뉴스1의료진을 따라가고 있는 운송 로봇 '따르고'/사진=뉴스1


사람 대신 검체 채취하고 약도 나눠줘…“코로나 의료로봇 확산 계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로봇이 대체 투입되는 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의료로봇의 주요 시험무대다. 중국 선양시 제4인민병원에선 의사가 처방한 약품을 전달하는 간호로봇을 운용한다. 이 로봇은 카메라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환자를 구분한다.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다.

덴마크의 블루오션로보틱스는 살균용 자외선을 쪼여주는 병원용 멸균 로봇(UVD) 수백대를 중국에 공급했다. 병원 곳곳을 혼자서 돌아다니며 단파장 자외선(UV)으로 병실과 수술실을 소독한다. 자외선을 쪼여야 하는 소독 작업은 사람이 직접 다루기엔 위험한 일이다. 로봇을 쓰면 소독을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로봇이 소독하는 동안 의료진은 환자를 돌보는데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병원용 멸균 로봇(UVD)/사진=블루오션로보틱스병원용 멸균 로봇(UVD)/사진=블루오션로보틱스

방역 현장에선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검체 채취 로봇’도 등장했다. 중국 공학연구기관인 중국공정원 연구진이 우주정거장에서 쓸 로봇팔 기술을 토대로 만들었으며 우한협화병원에 시범 적용 중이다. 이 로봇은 환자의 코나 입에 면봉을 넣고 타액이나 가래와 같은 검체를 채취하는 일을 주로 했다. 연구진은 ”로봇팔과 내시경을 장착한 이 로봇을 선별진료소 등에 투입하면 채취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염될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의료로봇연구소장인 양광중 교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의료 현장에 로봇을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의료로봇은 합리적 가격에 빠르고 효과적인 방역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목시/사진=딜리전트로보틱스목시/사진=딜리전트로보틱스
인간 간호사 대체하는 AI 간호로봇…코로나 블루 해결할 소셜 로봇 개발 ‘활기’
로봇 학계와 산업계는 앞으로 새로운 전염병 출현 가능성이 늘고 의료인력 부족 사태를 대비해 더욱 다양한 로봇기술들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가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팬데믹…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서 “의료기관의 의료 플랫폼은 하나의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변할 것이며, 여러 가지 검사 및 수술 대부분은 컴퓨터와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딜리전트로보틱스가 선보인 간호 보조 로봇 ‘목시(Moxi)’가 그 신호탄이다. 목시는 환자복을 수거하고 의료진이 요청한 약품을 정해진 장소에 배달하는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AI(인공지능) 기반 학습을 통해 인간 간호사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아 토마즈 딜리전트로보틱스 대표는 “오는 2030년 미국에서만 약 300만 명의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며 “목시와 같은 간호 로봇이 병원의 인력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퍼/사진=소프트뱅크페퍼/사진=소프트뱅크
코로나블루에 반려로봇 인기…인간 삶 속으로 ‘퍼스널 로봇’ 시대
코로나19 장기화로 일명 ‘코로나블루’(우울증)를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면서 심리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음 병을 치유하는 ‘반려로봇’이 관심을 받았다. 반려로봇은 소셜로봇(Social Robot)의 분류 중 하나다. 소셜로봇은 인지 및 사회적 교감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고령화와 1인 가족 등 사회 구조 변화는 소셜로봇의 필요성을 증대시켰고, 빅데이터·5G(5세대 이동통신)·클라우드·AI의 발전은 소셜로봇 고도화에 속도를 내게 했다.
인간 대신 코로나19戰 속으로…‘퍼스널 로봇’ 시대 온다
전문가들은 소셜로봇을 퍼스널 로봇 시대를 이끌 주역으로 꼽는다. 소셜로봇은 크게 생활지원, 교육, 정서지원, 돌봄지원, 엔터테인먼트, 안내 등의 분야로 나뉜다. 현재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생활지원 분야의 청소로봇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프트뱅크의 ‘페퍼’, 이족보행을 하는 ‘나오’, 로봇강아지 ‘아이보’, 노인 정서지원용 ‘효돌이’ 등이 소셜로봇 대중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적 AI인 ‘왓슨’에 접속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할 수 있는 페퍼는 카메라로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감정을 헤아려서 상황에 맞는 대화를 건넬 수 있다. 나오는 춤 실력이 뛰어나다. 교육뿐 아니라 자폐 아동 및 행동발달 치료 등 활용 범위가 넓다.
마스켓/사진=엘리펀트로보틱스마스켓/사진=엘리펀트로보틱스
세계적으로 다양한 소셜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싱가포르 엘리펀트 로보틱스가 개발한 ‘마스켓’은 고양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반려로봇이다. 사용자의 동작, 감정, 터치를 자동 감지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실제 고양이처럼 움직이는데 앞발을 번갈아가며 누르는 고양이 특유의 행동 ‘꾹꾹이’도 할 줄 안다. 일본 그루브엑스사에서 만든 ‘러봇’은 50개 이상의 센서와 360도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을 갖춰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펭귄 날개처럼 생긴 두 팔로 안아달라는 표시도 한다.
러봇/사진=그루브엑스러봇/사진=그루브엑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돌봄·교육·의료 등 다방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로봇이 대중화된다면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NIA 관계자는 ”고령층, 장애인, 빈곤층이나 저교육층은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소셜로봇은 이런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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