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멈춘 '사법개혁' 법조인 당선으로 힘 받나

뉴스1 제공 2020.05.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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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3년…사법행정회의, 상고제 제자리

김명수 대법원장© News1 이재명 기자김명수 대법원장©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사법농단으로 법원이 유례없는 곤경에 빠졌을 때 '사법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2017년 9월 문을 연 '김명수호(號) 대법원'이 곧 3년째를 맞는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대법원장 권한분산과 재판제도개선 등 여러 사법개혁 방안들을 추진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해줄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21대 국회에 법조인 출신 당선인이 대거 입성하게 되면서 이른바 '슈퍼여당'의 힘으로 법원개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사법행정 총괄할 '사법행정회의' 신설될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법행정기구인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사법행정회의에는 의결기능만 부여하고 집행기능은 따로 분리한다.


대법원도 2018년 12월 "중요 사법행정사무의 의사결정권한을 민주적·수평적인 합의제 기구로 넘겨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한을 분산·견제하고, 하나의 사법행정주체가 사법행정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의사결정기능과 집행기능을 분리하겠다"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의견을 냈다.

논란이 됐던 재판거래나 재판개입 등이 사법행정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행정회의에 법관이 아닌 외부위원을 몇명 포함할지에 대해 의견이 합치되지 못하고, 국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방안에만 논의를 집중하면서 법원개혁은 뒷전으로 밀려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사법행정회의 신설이 요원해지자 대법원은 2019년 8월 대법원규칙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신설했다. 법이 통과되지 않아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법행정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자문'을 하는 형태로 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첫 회의에서 "아직 입법이 되지 못한 관계로 자문회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구성 및 의결 결과에 대한 존중은 결코 사법행정회의와 다르지 않게 할 것"이라며 "현안이 생기는 경우 언제든지 회의를 소집해 사법행정에 있어 자문회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올해초부터 이달까지 5차례 회의를 열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전용차량 지급제도 폐지, 정식재판청구와 공판회부 사건의 증거분리제출 시행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법행정회의와 관련해 21대 국회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조직법 개정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올해 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성안하고 이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원행정처 폐지와 함께 현재 대법원장이 직접 행사하도록 돼 있는 사법행정 권한 대부분을 사법행정 관련 총괄 심의·의결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로 넘기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Δ국회에서 선출된 비법관 위원 6명(상임위원 3명 포함)과 Δ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법관 4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된다. 법관위원보다 비법관 위원 숫자가 많은 구조다.

초선으로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박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개정안 통과에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의원 외에도 '국민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판사 출신 이수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사법개혁을 내걸고 국회에 입성한 판사 출신 이탄희, 최기상 당선인도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3월 법원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의 분리 설치 등 추가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신속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상고법원'으로 곤혹 치른 의원들, 상고심에 관심 '뚝'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상고심 제도의 개선도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현재 급증하는 상고사건을 해소하고 상고심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상고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 여러 방안들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검토하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의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고심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고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데만 막연한 공감이 있을뿐 구체적인 시행안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미 상고허가제가 실패로 끝난 경험이 있는데다, 상고법원을 추진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4차례 회의를 연 끝에 발표한 내용은 "상고심의 본질적 기능이 무엇인지, 바람직한 상고사건 심리 방인 무엇인지를 논의했으며, 상고수리·허가제,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고등법원 상고부 등 상고심제도를 검토했다"에 불과했다. 큰 진전으로 보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국회에서의 적극적 논의도 불투명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추진했던 상고법원 법안에 서명했다 곤혹을 치른 이후로 의원들이 상고심 제도 논의에 관심을 끊은 것이다. 당시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상고법원 법안에 서명한 의원은 168명이었다.

금태섭 의원은 2018년 11월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전국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해 대법원이 심리할 상고사건을 거르도록 하는 '고법 상고심사부'를 도입하기 위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20대 국회에서 상고심 제도 개편과 관련된 법안은 이 한 건 뿐이었고, 서명한 의원도 10여명에 불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3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통과된 후 밝힌 입장에서" 상고심제도 개편 등 다른 개혁과제들과 관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하며 상고심제도 개편과 관련해 계속적인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 논의를 꺼려하면서 진전이 쉽지 않은 가운데 재판제도에 대한 이해가 높은 판사 출신 당선인들의 입성으로 상고심제도 개편 논의가 활성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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