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동면서 깨어나는 극장가에 꽃이 필까요?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0.04.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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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를 시작으로 신작 개봉 속속 확정!

5월21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침입자'의 스틸.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 5월21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침입자'의 스틸.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


긴 겨울잠에 빠졌던 극장가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영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극장가에 서서히 신작 라인업이 잡혀 가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지 벌써 100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일일 추가 확진자 수가 10명대로 급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완화 조치를 내려 초토화된 영화계와 극장가도 떠나간 관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우선 충무로 각 투자배급사들은 조심스럽게 신작들의 개봉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 이미 여름 성수기 개봉을 못박은 NEW의 야심작인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CJ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인 윤제균 감독의 ‘영웅’ 이전인 5~6월에 극장가에 출전할 신작들의 라인업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신흥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가 지난 3월 개봉할 예정이었던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침입자’의 개봉일자를 5월21일로 확정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웅’ 이전인 6월에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주연의 ‘도굴’을 개봉시키기 위해 제작사와 막판 협의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ALONE’의 6월 개봉을 잠정 확정하고 개봉 일자를 조율 중이다. 쇼박스도 곽도원 주연의 ‘국제수사’의 초여름 개봉을 검토 중이고 지난 3월 개봉을 연기했던 신혜선 배종옥 주연의 ‘결백’과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도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세 영화 모두 개봉을 오래 미룬 작품이기에 극장가에서는 상반기 안에는 개봉을 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6월 개봉작들의 흥행 추이에 따라 여름 성수기에 출격할 작품이 늘어날 전망이다. 충무로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신생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만든 야심작인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승리호’도 예정돼 있던 여름 개봉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모가디슈’도 8월 개봉을 협의 중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5~6월에는 충무로산 신작들이 드디어 관객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투자배급사들이 개봉 일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수가 감소 추세이지만 언제 다시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화 한 편을 개봉시키려면 10억~30억원의 마케팅비가 투입돼야 하는데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 제작비에 마케팅비까지 다 날리게 된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게 투자배급사나 제작사, 극장가의 공통된 생각이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샌드위치 휴일이 끼인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번 주말 극장가 상황을 보고 각 투자배급사들이 개봉 여부와 시기, 일자를 순차적으로 결정할 전망이다. 대기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 대형 투자배급사들에서는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개봉을 결정한 투자배급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작품의 완성도나 마케팅 전략보다 떠나간 관객들의 마음이다. 현재 개봉한다고 해서 흥행 성적과 작품의 완성도가 오롯하게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닫혀있는 공간인 극장은 코로나19 전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극장들은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전 직원 마스크를 착용하는 기초 방역은 물론 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해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옆 좌석과 앞 좌석을 예매 제한해 관객끼리의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허나 관객들의 불안을 모두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객 중 선뜻 극장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 쉽게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영화에서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이다.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온 대한민국 영화시장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1인당 영화관람 수치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일 정도로 영화란 대중들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였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이제 대중들은 꼭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적응한 상황이다. 나아가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등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보는 새로운 맛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넷플릭스를 비롯해 각종 OTT 서비스 신규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영화 시장의 지형도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이에 유명감독과 톱스타들의 넷플릭스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코로나19가 100년 넘게 이어져온 극장이란 플랫폼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메르스나 사스 때는 전염병이 잦아들자 떠났던 관객들이 극장으로 곧장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는 OTT라는 대항마가 없었던 상황이다. 또한 전염병의 위세도 곧 꺾였다. 코로나19와는 다르다. 하반기 2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은 관객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극장은 여전히 충분히 관객들을 끌어들일 매력 있는 플랫폼이다. 집에서 경험할 수 없는 큰 대형 스크린에 최첨단 기기가 주는 몰입감은 여전하다. 관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과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진단했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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