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아들도 하는 게임광고에 속옷만 걸친 여성이…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5.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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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 성상품화 광고 수면위로…무분별 노출로 청소년 보호 시급

'좀비스팟:미녀와좀비'의 SNS 광고.'좀비스팟:미녀와좀비'의 SNS 광고.


선정성 짙은 중국 게임 광고들이 또 다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킨 37게임즈 '왕비의 맛'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고 삭제된지 약 두달 만이다.



해당 게임의 저질 광고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면서 성 상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청 연령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노출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좀비스팟:미녀와좀비' 노골적 여성 상품화…'용의 기원'은 12세 이용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게임은 중국 유엘유게임즈(U.LU)의 '좀비스팟:미녀와좀비'와 룽투코리아의 모바일 MMORPG '용의 기원'. 이 게임의 광고들은 대놓고 선정적이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노출시킨다.



'좀비스팟:미녀와좀비' 광고엔 여성이 끈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포박된 이미지가 담겼다. 치파오를 입은 여성이 등 부분을 훤히 노출한 광고도 버젓이 게재됐다. '용의 기원' 광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터벨트를 입은 여성이 침대위에서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채 유혹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게임이 12세 이용가 등급이라는 점은 경악을 자아낸다.

게임 내용도 가관이다. '좀비스팟:미녀와좀비'는 엉성한 스토리라인에 목적은 오로지 미녀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게임상에서 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되면 미녀는 노출이 심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욕실에서 함께 목욕하는 콘텐츠도 있고, 미녀를 여러 명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 콘텐츠도 있다. 좀비스팟이라는 게임명과 달리 실제론 미녀들과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네티즌들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SNS에 저질 광고들이 만연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40대 주부 김래영씨는 "페이스북을 보다가 게임 광고에 벗은 여성들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SNS를 자주 이용하는 아이들이 이런 광고들을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좀비스팟:미녀와좀비'의 SNS 광고.'좀비스팟:미녀와좀비'의 SNS 광고.
저질광고로 시선끌기 성공한 中 게임사...국내 게임 이미지 타격
문제는 이들 저질 광고가 이용자들의 시선끌기에 성공해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좀비스팟:미녀와좀비'와 '용의기원'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좀비스팟:미녀와좀비'는 출시 한달만에 5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한때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를 차지했다.

'용의 기원' 역시 출시한 지 한달이 갓 지났지만 10만 다운로드를 넘었고, 인기앱 게임 부문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사 광고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도 피해자다. 선정적인 중국 게임 광고들이 무작위로 노출되면서 국내 게임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 업체 관계자는 "저질 게임 광고를 본 사람들이 게임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며 "그들에게 해당 광고는 중국 광고라기보다 그냥 게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의 기원' SNS 광고.'용의 기원' SNS 광고.
선정성 광고 직접 규제 불가…플랫폼사업자에 삭제 요청이 최선

그러나 현재 선정적인 광고에 대한 직접적 규제는 불가능하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일 경우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등급과 다른 등급을 표시할 경우 △게임물내용정보를 다르게 표시할 경우 △게임물 내용정보 외 사행심을 조장하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에만 사후심의를 할 수 있다.

선정적인 광고를 하더라도 게임 내용과 광고 내용이 일치한다면 광고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 또 해당 광고를 하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감시하기도 쉽지 않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왕비의 맛'에 내린 광고 차단 조치도 '권고'의 개념일 뿐이다. 중국에 본사를 둔 게임사에 대한 직접적 징계가 어려워 광고가 유통되는 유튜브 등 플랫폼사업자에 해당 광고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한계다. 다행히 플랫폼사업자들이 차단 요청을 들어주면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원천 차단은 어려워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2018년 게임광고물을 사전 심의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진척 없이 1년 10개월째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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