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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셧다운'… 연휴전 슬쩍 '올빼미'는 여전했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5.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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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서울사옥 / 사진제공=한국거래소한국거래소 서울사옥 /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이번 황금연휴에도 상장사들의 '올빼미 공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빼미 공시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상장사에 불리한 악재성 공시를 연휴 기간 전 장 마감 이후 내보내는 것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얌체' 공시라는 지적을 받는다. 올빼미 공시를 최소화 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증권시장 마감 이후 226건(증권발행결과, 주주총회소집 등 주요 경영상항이 아닌 항목 제외)의 공시가 쏟아졌다.

이 중에는 최대주주·주요 임원의 주식보유상황처럼 단순한 정기공시나 공급계약 체결 등 호재성 공시도 있었지만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악재성 공시도 상당했다.



실적 시즌인 만큼 부진한 실적을 장 마감 이후 공개한 경우가 많았다. 두산인프라코어 (8,320원 110 +1.3%)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7.9% 감소한 2조93억원, 영업이익은 27.6% 줄어든 181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두산밥캣 역시 전년 대비 23.4% 감소한 868억원의 영업이익을 공개했다.

안과 의료기기 업체 휴비츠 (7,780원 -0)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9.5% 줄어든 746억원을 기록했고, 녹십자 (425,000원 18500 +4.5%)는 영업이익이 284%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3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아가방컴퍼니 (3,635원 35 +1.0%)는 영업손실 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기존의 공시 내용을 수정하는 정정 공시는 62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표기 오류로 인한 수정도 있지만 기존의 계약 사항 변경이나 실적 수정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도 있다.

키움증권 (142,000원 9500 -6.3%)은 정정 공시를 통해 계열사 키움인베스트먼트의 한국벤처투자조합(메리츠-키움 스케일업 펀드) 펀드 출자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성장지원펀드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호전기 (3,005원 20 +0.7%)는 당초 200억원 규모였던 전환사채 발행 규모를 100억원으로 수정했다. 아리온 (275원 46 -14.3%)은 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코오롱생명과학 (25,100원 500 -1.9%)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사항을 올빼미 공시해 논란이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를 먼디파마에 기술수출하고 받은 계약금 150억원을 되돌려줬다는 내용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11월 먼디파마에 인보사를 기술수출하면서 계약금 300억원 중 150억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이후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국내 품목허가가 취소됐고, 먼디파마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 150억원에 대해 예금 질권을 설정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코오롱생명과학은 먼디파마로부터 질권 행사에 대한 요청 문건을 접수해 관련절차대로 질권이 실행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 전날인 5월3일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인보사 임상 3상 중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날 코오롱티슈진도 위탁생산업체 론자가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당초 허가받은 성분이 아니었단 사실을 통보해 왔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밖에도 핸즈코퍼레이션 (8,400원 10 +0.1%)은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7일까지 전 사업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공시했고, 한국항공우주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해명을 장 마감 이후 공시했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 고려제강, KJ프리텍, 평화홀딩스 등은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 제출지연과 관련한 제재 면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올빼미 공시 문제는 매 연휴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공시의 적시성에 문제가 있으나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어서 제재에 한계가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올빼미 공시 최소화 하기 위해 상습적인 올빼미 공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면서 잠시 잠잠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설 연휴 전과 3·1절 연휴 전 각각 282건, 399건이던 장 마감 이후 공시는 대책 발표 이후 어린이날 전 연휴때 149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추석 전날과 올해 설 전날에는 장 마감 이후 공시가 각각 39건, 58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번 연휴에는 실적 시즌임을 감안해도 최근 두 번의 연휴에 비해 올빼미 공시가 상당한 규모로 늘었다. 비슷한 실적 시즌이던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 전에 비해서도 많다. 올빼미 공시 기업에 대해 명단공개 외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어 올빼미 공시는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상장사 공시 담당자들과 연락하며 연휴 전 공시를 지양할 것을 당부해 왔고 실제로 이전에 비하면 올빼미 공시는 많이 줄어든 편"이라며 "지속적인 조치로 올빼미 공시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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