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주식장은 최악"…진짜 팔아야 할까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5.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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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05>‘5월엔 팔아라’ 증권가 격언 검증하기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5월 주식장은 최악"…진짜 팔아야 할까요?


“5월엔 주식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

올해 증시는 1월부터 3월말까지 내내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3월에는 코스피가 –11.7% 하락했고, 코스닥은 –6.8% 떨어졌다. 연초 대비 3월말까지 코스피 하락률은 –20.2%를 기록했고, 코스닥은 –15.0%였다.

그러나 4월에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증시는 크게 반등했다. 4월 한 달 코스피는 11.0% 올랐고, 코스닥은 13.4% 반등했다. 그렇다면 5월은 어떨까?



일각에선 국내에서 5월엔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 단계에 접어 들면서 그동안 내려졌던 여러 가지 봉쇄조치들이 해제되고 단계적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돼 증시가 탄력을 받고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경제 피해를 막기 위해 실시된 대규모 재정금융정책 또한 강한 유동성 장세를 이끌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코로나19 최대 피해 국가에서 바이러스 확산 곡선이 평평해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증시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반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 곡선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 전면적인 경제재개가 조만간 시행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여전히 팽배하다. 또한 섣부른 경제재개가 코로나19 2차 감염 파도를 초래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켜 증시가 3월 저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5월 증시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혼재해 있다.



증권가에 널리 알려진 격언 중엔 특정 계절이나 월과 관련된 게 많다. 예컨대 한여름 바캉스 기간에 증시가 오른다는 ‘써머랠리’(Summer rally)나 1월에 증시가 오른다는 ‘1월 효과’(January effect), 5월부터 가을까진 증시 성적이 안 좋다는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 등이 있다.

대부분의 증시 격언들은 태생적으로 투자자들의 오랜 경험과 생활습관, 행동방식 등에서 비롯된 게 많다. ‘써머랠리’는 기관투자자인 펀드매니저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에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높다는 경험칙에 근거한 말이고, ‘1월 효과’는 미국에서 절세 목적으로 12월에 손실이 난 주식을 팔고 다음 해 1월에 다시 주식을 사는 행동 패턴에서 나왔다. ‘5월엔 팔고 떠나라’는 격언도 역사적으로 증시 성적이 5월부터 10월까지 상대적으로 안 좋은 데서 비롯됐다.

투자자 중에는 이와 같은 증시 격언을 일종의 미신으로 여기고 아예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뭔가 특별한 패턴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투자에 실제로 적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크게 출렁인 올해는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증시 격언이 얼마나 적용될까?

재무학은 오래 전부터 증권가에 전해지는 여러 투자 격언들을 실증분석을 통해 검증해왔다. 특히 특정 계절이나 월과 관련된 격언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단골 주제가 돼왔다.

사실 요즘은 증시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누구나 실증분석을 통해 직접 검증해볼 수 있다. 어쩌면 이 방법이 재무학자들이 어렵고 복잡하게 쓴 연구 논문을 찾아서 읽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월별 증시 상승률을 조사해보면, 5월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0.85%고 코스닥은 0.33%다. 평균 상승률로 보면 코스피는 5월에 평균적으로 손실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소폭의 이익을 냈다.

여기에 5월의 상승과 하락 횟수 통계를 살펴보면 5월의 증시 성적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1997~2019년 사이에 코스피가 5월에 상승한 횟수는 11번이고 하락은 12번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12번 상승에 11번 하락했다.

상승과 하락 횟수를 보면 거의 반반 정도의 확률로 증시가 오르고 내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역대 5월 상승률 최고치와 최저치를 보면, 코스피는 하락 쪽으로 쏠림이 컸고 반대로 코스닥은 상승 쪽으로 더 쏠렸음을 알 수 있다.

월별 성적을 비교해보면 코스피의 5월 상승률은 1~12월 가운데 10위로 최하위권이고 코스닥은 6위로 중간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

증시 데이터를 2010년 이후로 국한해서 최근 증시 패턴을 분석하면 5월 증시 성적이 더 나쁘게 나온다.

2010~2019년 사이에 5월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1.71%고 코스닥은 –1.34%로 둘 다 손실을 기록했다. 5월 코스피 상승 횟수는 3번이고 하락은 7번으로 하락이 2배 이상 많았다. 코스닥은 상승이 4번, 하락이 6번이었다.

월별 성적도 더 나빴다. 2010~2019년 사이에 코스피 5월 상승률은 11위고, 코스닥도 성적도 11위로 떨어졌다. 즉 최근 10년 동안 5월의 증시 성적은 평균적으로 손실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월별 성적 비교에서도 거의 최하위를 차지할 만큼 나빴다. 이는 ‘5월엔 팔고 떠나라’는 증시 격언이 최근 10년 동안엔 유효했음을 알 수 있다.

"5월 주식장은 최악"…진짜 팔아야 할까요?
미국 증시에선 ‘5월에 팔고 떠나라’는 격언이 유효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증시와 유사한 패턴이 발견된다.

1997~2019년 사이에 미국 다우지수의 5월 평균 상승률은 –0.24%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10%와 0.35%였다. 다우지수는 5월에 평균적으로 손실을 봤고 나머지는 소폭의 이익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와 비슷한 결과다. 월별 성적을 비교해보면 3대 지수 모두 5월의 성적은 8~9위로 중간보다 아래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데이터에 국한했을 때도 한국 증시 패턴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 모두 5월 평균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월별 성적은 열두 달 가운데 11~12위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즉 1~12월 가운데 5월 성적이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는 말이다.

미국 증시가 한국과 차이가 나는 점은 그나마 5월 상승 횟수가 하락 횟수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매우 커졌고 따라서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올해는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예외성이라는 게 증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리란 법은 없다. 즉 올해는 과거와 달리 5월 증시가 평균적으로 손실이 아닌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손실폭이 과거의 평균치를 넘어설 예외성도 존재한다.

투자자들 모두 나름대로 5월 증시 전망을 세우고 있다. 어떤 정보를 기반으로 하든 한 가지 염두해 둘 것은 역사적으로 5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증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10년 동안은 그런 패턴이 더 뚜렷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예외성이 올해 5월 증시에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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