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근로자?…그때그때 다른 정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5.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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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19 세계 노동절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2019 세계 노동절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5월 1일은 누구에겐 노동절이나 다른 이에겐 근로자의 날이다. 부르는 사람·조직에 따라 이날을 칭하는 고유명사도 달라진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노동절을 쓴다. 근로자가 사용자 중심적인 단어라는 인식 때문이다. 반면 경영계는 근로자의 날을 고수한다. 노동자가 이념적인 단어라고 여긴다.

그럼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고용노동부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 그때 다르다.



서자 취급 받던 노동자, 文정부서 대접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고용노동부 장관)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고용노동부 장관)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만 해도 고용부는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했다. 장관이 주재하는 공식·비공식행사, 언론을 상대로 한 보도자료 등에서 빛을 본 건 늘 근로자였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초대 고용부 수장인 김영주 전 장관이 2017년 8월 취임하자마자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꿔 부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김 전 장관은 "근로는 괜찮고 노동은 안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 노동자니까 노돌자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자 취급을 받았던 노동자가 단숨에 근로자보다 높은 지위에 올랐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당시 "(근로자는) 노동자를 탄압하던 군사독재 정권의 잔재"라면서 김 전 장관 발언에 '적극 찬동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자·근로자 둘 다 쓰는 고용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마라톤대회에 참석하고 있다./2019.04.30./이재문기자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마라톤대회에 참석하고 있다./2019.04.30./이재문기자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국회도 움직였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달 법률에서 사용하는 근로라는 단어를 모두 노동으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령 근로기준법을 노동기준법으로 바꾸는 식이다. 하지만 이 법안을 두고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는 김 전 장관의 구두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2018년 9월 김 전 장관이 퇴임한 이후엔 노동자, 근로자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고용부는 따로 노동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근로자를 언제 쓰는지 두고 무를 자르듯 칼 같은 기준 역시 없다.



고용부가 그동안 노동자, 근로자를 사용한 관례를 보면 일종의 패턴은 보인다. 고용부는 법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땐 근로자를 주로 쓴다. 파견근로자, 근로자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통칭할 때는 노동자란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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