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 최소 2년 예상하고 한국판 뉴딜 수립해야"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5.0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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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인터뷰]명지대 박정호 특임교수

편집자주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의견을 듣습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사진=홍봉진 기자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사진=홍봉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경영학 박사)를 만나 코로나19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판 뉴딜의 추진 방향에 대한 고견을 구했다. 그는 과거 KDI 전문연구원으로 다수의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현재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부회장, 인공지능법학회 상임이사, 세종시 지역산업발전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경제와 산업 분야의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다.



박 교수는 “정부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최소한 2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재정정책의 규모를 갖고 논란을 빚기보다는 신속성과 적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해선 "디지털 일자리 창출은 역설적으로 탈고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옮겨가는 시기에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까지 염두에 둔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고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하반기 반등 어려워…코로나19 충격 2년 지속 예상해야
박 교수는 전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인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 데에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이 교차하기 때문에 최소 올 겨울까지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선진국에서 그리고 다시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도국과 후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과 같은 경우 감염예방을 위한 위생이나 방역조치가 부족해 향후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생산과 유통망이 끊어지면서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망가진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은 통상적인 수요를 예측해 다년간 생산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데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워지고 계약이 아예 파기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소비 측면에서도 현재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제활동이 전부 셧다운 돼 글로벌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석유, 철강, 곡물 등 원자재 분야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제조업 분야까지 전반적인 공급 과잉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올해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최근 IMF의 경제전망도 다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만약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하반기에도 유행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경기 반등을 전제로 한 IMF의 경제전망도 향후 추가적으로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실물 분야의 피해는 2년 정도 지속됐기 때문에 정책 당국은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최소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감안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재정정책, 규모 문제가 아니라 신속성과 적시성이 핵심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총 1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마련해 소상공인 지원과 기업들의 회사채 매입은 물론 신용이 낮은 기업들까지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재정정책에 대해서 박 교수는 현재 아무도 코로나19 피해 규모와 그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정책 규모가 과다하다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재정정책의 규모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경제의 여건 변화에 맞는 신속성과 적시성을 갖춘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일자리 중심의 재정정책에 대찬성"이라며 "그동안 일자리정책이 정상적인 커리어를 가진 구직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거 실직과 생계난에 처한 임시·일용직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리운전이나, 파트타임으로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프리랜서처럼 일을 하는데 코로나19 위기로 대거 실직 위기에 처해 있고, 대체로 저임금근로자인 이들에게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매달 돌아오는 카드명세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일자리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소멸되고 생성되는 게 지역에 따라 다르다"며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생성할 것인지와 같이 지역 여건을 고려한 차별적인 일자리 정책의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사진=홍봉진 기자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사진=홍봉진 기자
◇한국판 뉴딜, 디지털 일자리 확대와 신산업 육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박 교수는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언급한 ‘디지털 일자리’라는 방향성에 대해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통 디지털산업이라던지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성과는 흔히 탈고용을 지향하게 마련인데, 역설적이게도 산업의 표준화 또는 자동화가 이뤄지기까지 이들 산업은 대단히 고용친화적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산업에서 현재 수요가 가장 높은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기존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러한 작업들은 대부분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을 하거나 데이터 오류를 걸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포털사이트의 지도에는 현장 사진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초상권 등의 문제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삭제해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일은 AI나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할 수가 없고 사람의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박 교수는 "빅데이터 산업은 성숙 단계로 진입하기 전까지 노동집약적인 작업들이 수반되는게 일반적이며 따라서 디지털 일자리 확대라는 콘셉트에 기반한 한국판 뉴딜 정책은 매우 타당한 정책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디지털산업이나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단계에서 디지털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고용친화적인 뉴딜 사업으로 유망한 분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공공재 성격의 공유데이터를 확대한다거나 공공데이터의 플랫폼화, 또는 데이터 분야의 고속도로와 같은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꼽았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정부가 대규모의 디지털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민간 분야의 일자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부 지자체에서 각종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만들어서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관련 민간 교육시장 종사자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공공일자리의 창출이 민간 분야의 일자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혹은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SOC나 토목 및 건설 산업도 일자리 창출 및 경기 부양 효과가 크므로 뉴딜 정책과 병행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5G통신망을 구축한다거나 공공데이터 센터를 확장하는 등 디지털산업과 SOC사업의 연계도 고려하는 한편 코로나19 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SOC 사업이 늘어날 것이기에 해외 SOC 사업도 선제적으로 준비해 전략적인 수주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대응 못지 않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인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박 교수는 조언헀다. 예컨대 한국의 방역·의료시스템의 높아진 위상을 적극 활용해서 고신뢰국가로서 한국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에 대한 인증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기업이나 사회가 집단적인 활동이나 모임은 기피하고 재택근무 등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비대면 기술이나 화상회의, 온라인강의 등과 관련한 솔루션 및 플랫폼 산업은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인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사진=홍봉진 기자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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