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해임안' 낸 신동주…표 대결 승산없는데 돌발 행동, 왜?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4.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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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동빈 판정승, 형제 난 재발 어려워"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봉합되지 않았다. 이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형제간 갈등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끝나지 않은 형제의 난
신동주 SDF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신동주 SDF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오는 6월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빈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의 건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사태로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평판∙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된 데 책임을 물어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해야한다는 요구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에서는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당사자를 비롯,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도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 가운데 올 4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및 롯데 구단 구단주로 취임하는 등 기업의 준법 경영과 윤리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신동주 회장 승기 잡을 가능성 낮은데…왜 또?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제공=롯데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제공=롯데
롯데그룹으로선 신동주 회장의 이 같은 행동이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달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을 맡았다. 2011년부터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맡은 신 회장이 '한일 롯데'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2015년부터 지속된 형제의 난도 봉합되는 듯 했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재벌들은 이런 가족 내 문제가 많다"며 "형 신동주 회장과도 이제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신동주 회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힘들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가 28.1%, 이외 종업원지주회사가 27.8%, 관계사가 13.9%, 임원지주회사가 6%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윤사는 신동주 회장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어, 신 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다.

광윤사 지분(28.1%)과 신동주 회장의 개인 지분(1.6%)을 제외하곤 나머지 지분을 가진 세력이 모두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미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사 이외 개인 지분 등을 합하면 53.9%, 여기에 신동빈 회장 개인 지분 4%를 더하면 57.9%를 차지한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입지도 더 탄탄해졌다. 그간 다섯차례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제안했지만 표 대결에서 모두 진 전력도 있다.

롯데그룹 "코로나19로 힘든데, 안타깝다" vs 신동주 회장 "주주제안 부결되면 소송 제기"
롯데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며 “회장 포함 임원들은 급여까지 자발적으로 반납하며 난관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신 전 부회장은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측 입장은 단호했다. "지분상 진다고 해서 옳은 일을 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일본회사법 854조에 따라 법원에 해임 요구 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이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로 신동주 회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 주주제안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롯데그룹의 준법경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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