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21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WTI 선물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0.4.21/뉴스1
원유선물 지표가치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ETN 시장가격을 맞춰야 할 증권사, 즉 LP(유동성공급자)의 보유물량이 바닥이 나면서다. 이에 정상가격보다 10배 넘는 가격 '뻥튀기'가 이뤄졌고 최근 가격이 조정되면서 시가총액 수천 억 원이 줄어들게 됐다.
◇500만주가 녹았다
신한금융투자 전경 / 사진제공=신한금융투자 제공
지난달 9일 WTI가 전거래일 대비 24.58%나 주저앉으며 40달러가 붕괴됐다. 이때부터 유가반등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폭증했고 9일 하루 만에 신한금투의 보유물량이 바닥났다. 아직 500만주 추가상장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던 때다.
거래소에 따르면 추가상장에 필요한 기간은 약 5영업일이다. 첫 단추가 잘못 꿰지자 LP들의 추가상장은 이미 앞서가는 투자자들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미스매칭이 반복되면서 LP들의 물량은 그야말로 나오는 즉시 녹아내렸다. 이틀 뒤인 11일 500만주가 상장됐지만 장 초반 투자자들은 이 물량을 모두 잡아먹었다. 신한금투는 16·20·27일에 각각 2000만주, 4000만주, 1300만주를 추가 상장했지만 상장 즉시 모든 물량이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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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탱크의 '부유식 지붕'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부유식 지붕은 탱크 내 원유 저장량에 맞게 위아래 자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2020.4.22/뉴스1
반면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미래에셋과 NH투자증권의 레버리지ETN은 타격이 덜했다. 하지만 신한과 삼성의 보유물량이 모두 바닥이 난 지난달 30일부터는 이들에게도 매수세가 옮아붙자 급속도로 물량이 줄어들었다.
LP물량이 바닥이 났다는 뜻은 온전히 투자자들의 수급만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원유선물의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높은 가격이 형성되자 괴리율은 최대 2000%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를 바로잡아 줄 수단이 없다는 데 있었다.
◇"예상할 수 없었다"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레버리지ETN을 운용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희도 많이 답답하다. 괴리율이 올라가니 투자 주의를 수차례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증권사가 괴리율을 왜 줄이지 못했냐고 하지만 이렇게 밀고 들어오면 감당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시장 안정화 조치가 너무 늦은게 아니냐는 지적에 거래소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괴리율이 처음 높아질 때 바로 거래정지를 하기에는 현행 규정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늦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리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