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24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 이날 문 대통령은 ‘규제자유특구, 지역 주도 혁신성장의 중심’이란 주제로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를 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신기술 기반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2년간 규제특례를 허용하는 제도로 지난해 4월 본격 시행됐다.
문 대통령 앞에서 직접 심전도 측정기를 부착하고 시연하던 박 본부장의 심박수가 갑자기 200까지 치솟은 것. “대통령님 뵙고 좀 긴장돼서…동백섬을 벗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박 본부장의 재치있는 답변에 문 대통령을 비롯해 좌중 모두가 박장대소했지만 사실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일반 성인의 심박수는 60~100 사이가 정상으로 박 본부장의 심장은 지나칠 정도로 빨리 뛴 것이다.
다행히 이날 시연에는 의사도 참여했다. 박 본부장이 시연하는 동안 원주에서 그의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의사는 정밀진단을 권했고 박 본부장은 이튿날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는 협심증.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이 이상증상을 보인 것으로 결국 시술까지 받았다. “그날 시연이 없었다면 모르고 넘어갔겠죠. 아픈 줄도 모른 채.”
특구사업 덕에 인생의 한고비를 무사히 넘긴 박 본부장은 “이제 우리도 원격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기술수준은 물론 국민 인식도 많이 성숙했다”며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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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지난 2월 병원 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전화진료와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가장 기초적인 원격의료를 시행했음에도 두 달여 만에 진료건수가 10만건을 넘어섰고 특별한 오진도 없었다고 한다. 원격의료에 참여한 의사와 환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처럼 원격의료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지만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의 반대는 여전하다.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도래해도 해묵은 의료법상의 대면진료를 고수하며 총파업까지 들먹인다. ‘의료사고 위험’과 ‘대형병원 쏠림’이란 20년 묵은 반대논리도 그대로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격변하고, 남들이 앞서가도 같은 주장만 되풀이할 뿐 변화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원격의료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그동안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정부도 의료서비스 향상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료계를 설득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오진 위험성 등 의료시스템을 훼손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한국형 원격의료 도입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