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피한 4대금융…"2분기부터가 진짜"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4.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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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 피한 4대금융…"2분기부터가 진짜"


4대 금융그룹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3조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한 실적이지만 코로나19(COVID-19)와 초저금리 기조에도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1·2위 경쟁에선 신한금융그룹이, 3·4위 다툼에선 하나금융그룹이 웃었다. 2분기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될 전망인 만큼 각 금융그룹들은 '성장성'보다는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비이자이익 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금융의 1분기 순이익 합계는 2조8281억원으로 작년 1분기(2조8887억원)보다 2.1%(606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4대 그룹 중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만 작년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1.5%(140억원) 증가한 93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굳건히 했다.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40.85%) 매입 효과(230억원)와 서울시금고 무형자산 상각비 감소액(150억원), 법인세·대손충당금 환입(400억원) 등 몇 가지 1회성 요인이 작용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13.7%(1162억원) 줄어든 7295억원의 순이익을 내 신한금융과의 격차가 2000억원 넘게 벌어졌다. 외화채권과 원본보전신탁 등 유가증권 운용 부문 평가손실과 파생상품, 외환 관련 부문의 손실이 뼈아팠다.

하나금융은 작년 1분기(5560억원)보다 20.3%(1110억원) 늘어난 657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실수요 기반의 가계·중소기업 대출 중심의 안정적인 대출자산 성장이 돋보였고, 글로벌 부문도 실적에 기여했다.

지난해 지주사 재전환 이후 '3등'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우리금융은 4위로 내려앉았다. 51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작년 동기(5686억원)보다 8.9%(504억원) 줄었다. DLF(파생결합펀드)와 관련해 350억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하는 등 DLF 후유증이 일부 실적에 반영됐지만, 수익구조 다변화로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1조7769억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리는 등 시장전망치보다는 나은 실적을 거뒀다.


4대 금융그룹은 전반적으로 이자이익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비이자이익 부문은 후퇴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등 경쟁도 비이자이익에서 갈렸다.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8220억원)보다 10.6%(880억원)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KB금융보다 감소폭이 적었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3928억원으로 같은 기간 35.9%(2199억원) 줄었다. 금액으로만 비교해도 신한금융은 KB금융의 2배 가까운 비이자이익을 올렸다.

김기환 KB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같은 경우 지주사들이 수익성을 제고하려면 비이자이익 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은행과 증권, 카드의 영업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수수료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분기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당장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1분기 말 NIM(순이자마진)은 1.41%로 작년 말(1.46%)보다 5bp(0.05%p)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5bp 낮은 1.56%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50bp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인하)하며 사상 최초로 0%대 기준금리(0.75%) 시대가 열린 만큼 앞으로 NIM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용훈 신한금융 CFO는 "은행 기준으로 올 한 해 NIM이 10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비이자이익 쪽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DLF 사태 후속조치로 6개월 간 사모펀드 신규판매 영업금지 제재를 당하는 등 비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IBK기업은행(연결 기준)은 1년 전(5570억원)보다 10.1%(565억원) 감소한 50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은행 개별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4832억원)보다 3.2%(153억원) 증가한 498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일부 자회사들의 순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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