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6마리가 귀 멀고 죽었다, 사람을 위해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0.04.27 12:56
글자크기

서울대학병원 A교수 동물실험 '논란'…"고통사" vs "안락사" 주장 엇갈려

난청이 된 뒤 안락사를 당한 실험실 고양이들의 살아 있을 당시 모습./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난청이 된 뒤 안락사를 당한 실험실 고양이들의 살아 있을 당시 모습./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귀가 멀쩡한 고양이 6마리였다. 잘 들렸단 얘기다. 이들의 청력을 떨어뜨려 난청을 만든 뒤 실험을 했다. 고양이들의 두개골에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 청력 회복을 돕는 장비)를 이식해 대뇌 변화를 보는 실험이었다. 서울대학병원 A교수의 연구(2015년~2018년)였다. 사람 치료를 위한 거였다.

실험이 끝난 뒤 고양이 6마리는 죽었다. 그런데 여기서 마취제(졸레틸)를 썼냐, 안 썼냐를 두고 생명윤리 논란이 불거졌다. 안락사냐, 고통사냐다. 고양이들이 고통없이 죽게 하려면, 졸레틸로 마취한 뒤 염화칼륨(KCI) 치사제를 투여하게 돼 있었다.





6마리 고양이, 서울대병원 "안락사" vs 비글구조네트워크 "고통사"
고양이들을 보내고 제보자가 간직하고 있던 인식표./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고양이들을 보내고 제보자가 간직하고 있던 인식표./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해당 고양이 실험에 참여했던 B씨는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제보했다. 그는 "실험 종료 후 남은 고양이 6마리를 내가 키우거나, 입양을 보내겠다고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실험묘가 숨진 과정에 대한 거였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주장에 따르면, 6마리 고양이에게 졸레틸(마취제)을 사용했단 기록이 없었다. 졸레틸은 마약류이기 때문에, 식약처 관리를 철저히 받는다. 사용 내역은 식약처 관리시스템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서울대 측이 제출한 마약류 사용 기록서엔 기니피그 등 소동물에 투여한 것만 기록돼 있었단 것. 이에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서울대병원 측에 "치사제만 투여해 고통스럽게 죽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측은 실험묘 6마리를 고통사 시켰다는 비글구조네트워크의 주장을 반박했다. 고양이 6마리를 정상적으로 마취제를 이용해 안락사를 시켰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상 기록이 없을 뿐, 마취제를 써서 안락사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해명했다.


"실험 동물, 방치 수준이었다"

실험용 고양이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실험을 마친 뒤 죽임을 당한 흰둥이./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실험용 고양이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실험을 마친 뒤 죽임을 당한 흰둥이./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제보자 B씨는 "A교수 연구팀에 합류했을 때, 실험실에 남아 있던 6마리 고양이들은 모두 상태가 엉망이었다"고도 했다. 구내염, 털빠짐 등 외관상 관리가 좋지 않았다는 것. 그중 '할배'라 불리는 고양이는 수년간 같은 장소에서, 해당 동물 실험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고양이 6마리가 죽임을 당하는 날, 선임 연구원이 고양이 사체에 이식돼 있던 인공와우 장치를 떼기 위해 사체를 여기저기 헤집어놨다"고 했다. 그 뒤처리를 B씨가 맡았다. 그는 칼질로 여기저기 헤집어진 살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원래대로 꿰매서 사체실로 보냈다. B씨는 "인간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라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해당 연구자와 서울대병원의 위법 사항에 대해 고발할 계획이다. '고통사 의혹' 부분에 대해선 현행 동물보호법상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고발장에 포함되진 못한다고 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사회 리더 집단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