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소연료전지 이 공장엔 아폴로호 달에 보낸 기술이…

머니투데이 익산(전북)=안정준 기자 2020.04.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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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엑스포 2020-그린수소 게임체인저①]두산퓨얼셀-전북 익산 수소연료전지 공장

두산퓨얼셀 익산공장 전경두산퓨얼셀 익산공장 전경


지난 24일 전북 익산 두산퓨얼셀 (18,980원 ▼380 -1.96%) 수소연료전지(이하 연료전지) 생산 공장. 로봇팔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분리판과 아노드(anode·양극), 캐소드(cathode·음극)를 차곡차곡 쌓았다. 연료전지의 핵심인 '셀스택'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공정 자동화를 통해 이렇게 만들어졌다.

익산 공장은 세계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업체로 올라선 두산퓨얼셀의 심장 격이다. 연간 약 15만 세대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74MW(메가와트) 규모의 연료전지를 만든다. 2017년 준공된 익산 공장을 발판으로 두산퓨얼셀은 400MW 이상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수주했다.



정병현 두산퓨얼셀 익산공장장은 "생산효율화를 통해 생산능력을 90MW로 끌어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수요확대 대비 차원이다.

2015년 약 200억원에 불과하던 두산퓨얼셀 매출은 지난해 2000억원대로 늘었고, 올해는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지 6년여 만에 매출 규모가 25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아폴로호 달에 보낸 기술서 진화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사업은 우주왕복선 아폴로호를 달에 보낸 기술력에서 시작됐다.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169,500원 ▲500 +0.30%)은 2014년 미국 연료전지 업체 클리어엣지파워(이하 CEP)를 인수했는데, CEP는 아폴로호에 연료전지를 납품했던 UTC파워를 인수한 업체였다. 연료전지는 발전 효율이 높은데다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상 발전 과정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우주공간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었다.

두산은 이 같은 우주기술에서 미래 신에너지의 가능성을 봤다. 연료전지는 투입된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전환해준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보다도 효율이 높다.


연소과정이 없어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공기정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발전에 필요한 공기를 끌어모으는 단계에서 발전시스템 내부에 설치된 필터를 통해 걸러준다. 두산퓨얼셀의 440KW(킬로와트)급 연료전지 1기는 성인 약 1만명의 호흡량에 맞먹는 시간당 약 6600kg(킬로그램)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제품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제품


두산은 아폴로호에 적용된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국내 협력사에 전수하기 시작했다. 인수 당시 10곳에도 미치지 못했던 협력사는 익산공장이 준공되던 2017년 60개로 불어났고 지난해엔 280개로 급증했다. 0%에 가까웠던 국산화율은 98%로 치솟았다. ㈜두산은 지난해 10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부를 분할해 두산퓨얼셀을 설립하며 완전 국산화된 기술에 전문성을 더했다.

익산공장은 연료전지의 핵심인 셀스택을 조립하는 CSA(cell stack assembly)라인과 CSA 등 핵심 부품을 탑재해 본체를 최종 조립하는 PPLT(powerplant line) 2개로 나뉘는데, PPLT 라인 시작점엔 이미 최종 본체 형태를 고스란히 갖춘 모듈이 입고된 상태였다.

윤용세 두산퓨얼셀 R&D(연구개발)·신사업본부 대외협력팀 부장은 "기술을 전수받은 협력사들이 외부에서 만든 모듈이 입고된다"며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연료전지 생태계 수소경제 뿌리로
초고속 기술 국산화를 발판으로 두산퓨얼셀은 이미 세계 최대 연료전지 수주실적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1조2000억원으로 늘리며 2년 연속으로 신규수주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두산이 한화에너지와 공동 출자해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 구축한 세계 최대규모이자 세계 첫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거침없는 연료전지 분야 약진의 상징이 됐다. 두산퓨얼셀은 이 발전소에 50MW 규모의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르포]수소연료전지 이 공장엔 아폴로호 달에 보낸 기술이…
협력사들과 함께 만든 연료전지 생태계는 이제 수출시장 개척으로 뻗어가고 있다. 두산은 강소기업 데스틴파워와 개발한 연료전지용 ESM(전기제어시스템)의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우주선용 연료전지 기술의 '원조'격인 미국에 이를 역수출하게 된 셈이다.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이 204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엔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물론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전제 조건이다. 그간 두산퓨얼셀 성장도 신에너지를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발판이 됐다.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됐고, 두산퓨얼셀도 수혜를 입었다. 정부는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을 2040년까지 15GW(기가와트)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연료전지 시장은 전통적인 발전 기술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은 정부 지원 정책이 있는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료전지 보급확대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친환경 분산 전원의 확대에 따라 점차 세계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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