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곳 중 2곳은 '서프라이즈'…코로나에도 선방한 1분기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4.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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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20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삼성전자가 2020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에도 기업들은 줄줄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침체 공포감이 그동안 너무 과도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2분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은 여전하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존재하는 기업은 49곳으로, 이 가운데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33곳이었다. 기업 3곳 중 2곳 꼴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 7일 가장 먼저 실적 스타트를 끊은 삼성전자 (76,900원 ▼1,700 -2.16%)는 컨센서스보다 5% 높은 6조4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IT(정보통신) 제품 수요 감소로 삼성전자의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문이 선방하면서 깜짝 실적을 실현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실적을 발표한 LG전자 (91,800원 ▼400 -0.43%)도 1분기 영업이익 1조904억원으로 시장 전망치 8474억원보다 28.7%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도 21.1% 늘어난 실적이다.



SK하이닉스 (172,200원 ▼7,600 -4.23%)는 서버용 D램이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8003억원으로 컨센서스를 57.2% 상회했다. 다른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감소를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수혜주로 꼽힌다.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스트리밍, 클라우드 등 온라인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이에 기반이 되는 서버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서버용 D램 수요 증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공장의 셧다운(생산중단)과 판매량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 (251,500원 ▼1,000 -0.40%)기아차 (116,700원 ▲500 +0.43%)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7147억원, 3489억원이 예상됐으나 실제 영업이익은 현대차 8638억원, 기아차 4445억원으로 예상치보다 20% 이상 높았다.

HDC현대산업개발 (17,990원 ▲320 +1.81%)은 시장의 예상보다 50% 높은 1373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대표적 소비재 업체로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LG생활건강 (380,500원 ▼10,000 -2.56%)도 예상치를 43.6%를 웃도는 영업이익 3337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기업 중에서는 하나금융지주 (57,800원 ▲1,300 +2.30%)(17.4%, 이하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 상승률) POSCO (392,000원 ▼4,000 -1.01%)(16.3%) NAVER (183,900원 ▲200 +0.11%)(14.1%) 포스코인터내셔널 (44,950원 ▼650 -1.43%)(3.2%) 현대글로비스 (180,400원 ▲2,400 +1.35%)(2.8%) 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수출 강국을 기약하며 수출물품들이 화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수출 강국을 기약하며 수출물품들이 화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 우려에도 국내 기업들이 견조한 실적을 거둔 이유로 여러 분석들이 제기된다. 우선 코로나 쇼크가 3월부터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1분기에는 본격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영향이 있고, 1분기 환율이 급등한 덕에 수출 위주 기업들이 수혜를 본 부분도 있다. 시장이 코로나19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하면서 실적 전망치를 크게 낮춘 덕분에 실제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는 착시효과 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실적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일부 기업은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 중이다. 롯데칠성 (127,600원 ▲600 +0.47%)은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73억원으로 1주일 전보다 18.6% 높아졌다. 한국조선해양 (128,000원 ▼1,400 -1.08%)현대미포조선 (71,300원 ▼2,300 -3.13%)은 전망치가 9% 가량 상향됐고, 유가 하락의 수혜가 예상되는 한국전력 (21,000원 ▲100 +0.48%)도 4% 높아진 영업이익 전망치가 제시됐다.

하지만 증권가의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부터 글로벌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2분기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에도 아직 증시에 온기가 돌지 않는 이유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확진자 증가세가 3월부터 본격화하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다만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실적 반등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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