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러온 新 부익부빈익빈…서민은 울고 싶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박광범 기자, 양성희 기자, 방윤영 기자 2020.04.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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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新 부익부빈익빈…서민은 울고 싶다


은행 대출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한 푼이 급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87조5184억원이다. 3월 말보다 5.8%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율 10.9%를 향해가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잔액은 248조1408억원으로, 1.3%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에 대출 집중
예비비 확보 성격이 강한 대기업 대출과 달리 소상공인 대출은 생계비에 가깝다. 정부가 소상공인 유동성 지원에 신경을 써 온 이유다. 정부는 1.5% 초저금리 대출에 12조원을 편성하고 최근에는 4조4000억원을 더 얹었다. 여기에 신용등급 별로 1.5% 금리를 선별적으로 높이는 10조원 규모 2차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문제는 예대율 한시적 완화 혜택이 소상공인에게 별로 소용없는 방안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대율은 대출총액이 예금총액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는 6월 말까지 5%포인트 이내에서 예대율을 위반해도 은행들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추겠다고 했다. 15% 만큼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은행들은 구조적 한계를 호소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이나 소상공인 모두 신용조사 같은 대출 과정과 시간은 큰 차이가 없지만 대기업은 한 번에 뭉칫돈을 대출받고 소상공인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신용조건별로 소상공인을 가르다 보면 대출 집행률이 대기업보다 낮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은행 대출에 세세히 관여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를 낮춘 건 일종의 인센티브”라며 “정부가 은행 대출 구성을 제한하거나 자산구성에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불러온 新 부익부빈익빈…서민은 울고 싶다
서민은 적금 보험 깨고 빚만 쌓여
현금 양극화는 깊어지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11조1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의 경우 10조427억원, 적금은 1조1100억원이었다.

예·적금 중도해지 규모는 전월보다 3조1563억원(39.47%), 전년 같은기간 대비 2조5692억원(29.93%) 늘었다. 중도해지 건수는 모두 81만3155건을 기록했다.

현금이 필요한 이들은 보험까지 깼다. 생명보험 3개사(삼성·한화·교보생명)와 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5개사의 지난달 보험 해지 환급금은 3조162억원으로 전월보다 6681억원(28.4%), 전년동기대비 6867억원(29.4%) 증가했다.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카드론을 이용했다.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달 카드론 규모는 4조3242억원으로 전월보다 4557억원(11.7%), 전년 같은기간 대비 9925억원(29.7%) 늘었다.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대출 규모는 8조736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을 쌓는 건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고 대부분의 서민은 당장 쓸 돈도 없다"며 "소상공인의 경우만 봐도 매출은 급감했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써야 하기에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알아보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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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만에 금고에 쌓인 돈 50조
기업과 개인을 막론하고 대출 경쟁이 치열하지만 정작 이 돈은 다시 은행으로 향하면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 2월 말 기준 부동자금 규모는 1098조3069억원 규모다. 부동자금은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현금성 자산을 합친 것이다. 지난해 말(1045조5064억원) 이후 두 달 새 50조원 넘게 부동자금이 늘었다.

위기에 일단 현금을 구한 뒤 쌓아놓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탓이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3월 말 대기업 정기예금 잔액은 165조2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2조6967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조8295억원 늘었다.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총통화(M2·평잔)로 나눠 구한 통화유통속도 역시 지난해 0.68로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2월말 국내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7.1회로, 최근 1년 새 가장 낮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잉 유동성'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과할 정도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다 보니 코로나19 국면이 끝나면 그 돈이 자산시장에만 돌아다니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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