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핵심 체포, 투자자들 "숨겨둔 재산 압류하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4.2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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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김봉현 체포소식에 라임펀드 피해자들 손실보전 기대감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라임에 투자한 돈 수 억 원을 전부 날리게 생겼어요. 라임 사태 핵심 관계자가 잡혔으니 명명백백히 수사해서 투자금을 꼭 돌려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라임 사태 피해자모임의 A씨는 24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등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일말의 기대감을 내보였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통해 라임 사태가 사기 혹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재산압류나 손해배상청구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피해자들도 향후 라임 사태의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라임 사태'란 라임자산운용이 운영한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1조6000억원 가량의 투자금 환매를 일시 중단한 사건이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4개 모(母)펀드와 해당 모펀드에 투자한 173개 자(子)펀드 173개로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사고가 발생한 모펀드는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 등 4개다. 이들 펀드는 국내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전환 권리가 있는 채권)과 미국의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등에 투자했는데, 주가 하락과 IIG 폰지 사기 등이 터지면서 손실이 급격히 불어났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라임 모펀드의 원금 회수율은 플루토 FI D-1호가 50.4~68.2%, 테티스 2호는 57.7~78.5%로 나타났다. 최대 절반의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문제는 모펀드에 투자한 자펀드 중 일부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증권사들과의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피해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TRS는 증권사의 자금을 빌려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인데, 원금을 회수하면 TRS 제공 증권사에 우선 변제권이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 하더라도 TRS 증권사가 이를 다 가져가면 자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못 할 수도 있다. TRS를 이용한 자펀드는 29개 4364억원 규모다.


라임 피해자 상당수가 이 같은 형태의 펀드에 투자하고 있어 원금 전액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라임 사태의 본질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아 피해 보상 방안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피해자들의 기대감도 커진다.

피해자모임의 A씨는 "현재 피해자모임에 참여한 투자자 150여명의 손실율은 거의 -100%로 예상된다"며 "핵심 피의자가 체포됐으니 이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하루빨리 압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로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증권가에서도 사태가 빨리 진정되길 바라고 있다. 라임 펀드를 대량으로 판매한 일부 증권사에서는 피해자들의 항의와 집회 등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 영업점에서는 펀드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라임 사태에 얽힌 증권사들은 자신들도 피해자인데 라임과 공범으로 몰린 상황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의 본질은 라임이 펀드 손실을 알고도 사기를 쳐서 팔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라며 "핵심 인물 체포를 계기로 사건을 명확히 수사해서 증권사들의 억울함도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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